고건 총리지명자는 누구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23 18:34:2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대통령 6명 보좌 ‘역사적 인물’ 노무현 정권의 초대 총리로 지명된 고건(65) 전 서울시장은 합리적 일처리와 청렴성이 돋보이는 정통관료 출신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소신보다 안전을 추구하는 ‘복지부동 행정가’라는 양면성을 지닌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박정희 정권때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은 물론 노무현 정권에까지 역대 정권에 걸쳐 계속 요직에 중용되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실제 그는 고(故)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유신시절(4공)에는 만 37세의 나이로 전남지사를 지냈다. 신군부의 위세가 높던 때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고 있었다.

또 전두환 대통령 때에는 교통부·농수산부·내무부장관을, 노태우 대통령 때에는 관선 서울시장을 각각 역임했다.

김영삼대통령의 말기에는 총리로 발탁됐고,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회의(현 민주당) 총재를 겸했던 1998년에는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이제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로 내정된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그가 대선 직후부터 개혁을 표방하는 노무현 정권의 첫 총리 1순위로 꼽혀온 것은 구시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업무 추진력과 합리적인 일처리, 청렴성 등을 인정받았기 때문 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도 총리지명을 발표하면서 반부패 및 청렴성을 가장 먼저 꼽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가문, 학력, 경력 등 모든 면에서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화려함을 갖추고 있다.

그는 지난 38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야당 국회의원도 지낸 고형곤 전 전북대총장이다. 아버지 형곤씨는 대표적인 철학자로 꼽힌다. 고 박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학 은사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61년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투신했다.

그는 75년 37세의 나이로 전남도지사에 임명돼 최연소기록을 세웠다.

이후 그는 내무부 지역개발담당관과 새마을담당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내무부 새마을담당관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새마을 운동을 총괄하던 핵심요직이었다.

이어 그는 79년 10.26 직후 최규하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냈으며, 5공출범 직후인 81년에는 42세의 나이로 교통부장관에 발탁됐다.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 농수산부장관(82년), 내무장관(87년)까지 지냈고 노태우 정부에서는 서울시장도 역임했다.

5공 당시 고향에서 민정당 간판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한때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다.

그러다 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에 기용됐고, 98년 지방선거때는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행정의 달인(達人)’이라는 평을 듣지만, 공직사회에서는 ‘기록제조기’로 통한다. 어떤 면에서 그는 직업이 장관이고, 서울시장이며 총리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장 임기가 끝날 무렵 호남 출신 후배 공무원들을 많이 챙기는 등 정실인사를 했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향이나 학교 후배를 챙겨주지 않기로 유명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는 후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대체로 모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복지부동행정가’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한 관계자는 “고 내정자는 정책을 결정할 때 자문위원회 개최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었으나 실수를 거의 하지 않고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고씨는 서울시장 재직시절 중요한 결정은 대체로 시정개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각이 더 많다.

실제로 말많은 서초구의 화장장과 관련한 결정을 후임인 이명박 시장에게 사실상 미룬 것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게 고건”이라고 혹평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자신을 새정부의 초대 총리로 지명한 노무현 당선자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9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로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 여론조사 결과는 노 당선자가 고 지명자를 근소하게 앞섰으나 청와대는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노 당선자에게 양보를 요구했고 노 당선자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또 노 당선자의 명륜동 빌라와 고 지명자의 혜화동 집도 직선거리로 1㎞ 가량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두 사람은 고 지명자가 20년간 매일 다니는 동네 목욕탕에서도 몇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는 지난해 서울시장을 그만 둔 뒤 환경운동연합 대표, 반부패 국민연대 회장을 맡아 반부패 시민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고 지명자 기자회견
고 건 총리 지명자는 지난 22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행정각부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게되면 안정속의 개혁을 통해 국정 운영시스템을 21세기에 알맞게 전반적으로 쇄신해 나가는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 지명자는 이날 정부청사별관 인수위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정부총리를 맡아 달라는 당선자의 제의를 받고 심사숙고 끝에 저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역할을 회피하지 않고 짐을 지기로 결심했다”며 “개혁과 안정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서로 조화시키는 보완적 관계”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문회 통과를 자신하나.
▲3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기관리에 노력했으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4년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샅샅이 검증받았지만 겸허한 자세로 성실하게 다시 검증받고자 한다.

-노 당선자가 어떤 부분을 가장 높게 샀다고 생각하나.
▲짐작컨대 다양한 행정경험이 안정속의 개혁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또 서울시정에서 복마전을 씻기 위해 도입했던 인터넷 온라인 공개제도 등 개혁사례를 정부 전체에 접목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총리 취임후 무슨 일부터 주력할 생각인가.
▲새정부의 국정현안과제가 무엇이냐로 질문을 해석하겠다. 국정현안과제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일, 선거후 국민 화합을 정부가 중심이 돼 이뤄나가는 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생각과 당선자의 재벌개혁 등 공약사항에 대한 공감 여부는.
▲북핵문제 해법이나 여러가지 개혁과제, 10대 국정과제 등의 큰 방향에 전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들의 고 지명자에 대해 평가는 `행정달인이다’ `결정하지 않으니 책임질 일도 없다’고 갈린다.
▲저는 소위 불도저처럼 해서 마찰음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반대의견도 듣고 설득해 같이 참여시켜 일한다. 마찰음이 없다고 개혁을 안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서울교통의 대동맥인 2기 지하철을 내가 했다.
/이영란기자 joy@siminnews.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