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당 창당 논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29 18: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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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켜 ‘양포지구(楊布之狗)’라고 한다. 이는 한비(韓非)가 자기학설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양기 중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날 양주의 아우 양포가 아침에 나갈 때 흰옷을 입고 나갔는 데, 돌아올 때는 비가 쏟아지는 터라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왔다.

그러자 집에 기르던 개가 주인을 몰라보고 ‘으르렁’거리며 무섭게 짖어댔다.

아마도 양포의 개는 그가 낯선 사람인줄 알았던 것 같다. 양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지니고 있던 지팡이로 개를 내리치려 했다.

그 때에 그의 형 양주는 이렇게 말했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저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는데 들어올 때 검게 해서 들어온다면 너도 이상히 여길 것 아니냐.”

양주는 전국시대 중엽의 사상가로서 인간의 본능을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낙천주의자였다. 따라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기 때문에 ‘양포의 개’를 긍정적으로 너그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이 정치권의 모습이다.

그 정치권이 요즘 개혁 바람을 타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바로 어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수도권출신이 주축을 이룬 개혁파 의원들과 시민단체 연합체인 ‘정치개혁연대’가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12·19 대선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각 당이 정치개혁을 위한 내부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의 모임이 결성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은 각 당의 정치개혁 작업을 가속화시키는 압박요인이 될 수 있는 데다 정치개혁의 질과 양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 모임을 두고 수도권중심의 개혁정당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참여 당사자들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이념과 노선에 따른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협의회가 한 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있다. 굳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인위적인 정계 개편이라는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과거 정당이 답습해온 구태의연한 정계개편이 아니라면 굳이 숨길 이유도 없다.

사실 이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희망적이다.

우선 이날 함께 자리한 한나라당 이부영 원희룡 김문수 의원과 민주당의 이해찬 이호웅 천정배 의원 등은 구태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너무나 희망적이지 않은가.

이들은 기존의 구태 정치인들과는 겉만 다른 것이 아니라 속까지 뭔가 다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이 모임이 주체가 되는 개혁정당 창당을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본란 기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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