毛遂自薦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03 1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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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재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남이 추천해 주는 사람이 없어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자청해 나서는 경우를 일러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소 염치없이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을 비웃을 때 사용되는 고사성어다.

어느날 진나라의 군대가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포위했다.

다급해진 조나라는 평원군을 파견, 조나라와 동맹을 맺으려 했다. 평원군은 식객중에서 용기있고 문무를 겸비한 사람 20명과 동행하고자 19명까지 선발했으나 나머지 한명이 부족했다.

이 때에 식객중에서 모수(毛遂)라는 자가 20명 가운데 자신을 끼워 넣어 달라고 청했다.
이 때에 평원군은 이렇게 물었다.

“선생은 우리 집에 와서 몇 년을 지났습니까?”

“이제 3년이 되어 갑니다.”

“대저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마치 송곳이 주머니에 있는 것처럼 그 끝이 뾰족하여 반드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은 우리 집에 와서 3년이나 되었는데도 선생의 뛰어난 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결국 선생에게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어원으로, 즉 주머니 속에 든 송곳끝이 뾰족하여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이,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많은 사람중에 섞여 있을 지라도 눈에 드러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자 모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주머니 속에 넣어 달라고 청원하는 것입니다. 만일 일찍부터 주머니 속에 넣어 주셨다면 송곳의 끝은 고사하고 자루까지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모수자천의 어원이다.

지금 공무원 성과 상여금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한 `지방공무원보수-수당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다면평가를 통한 성과상여금 지급방법을 안내했다.

성과상여금은 올해도 개별 공무원을 실적에 따라 S, A, B, C 등 4등급으로 나눠 차등지급하며 이 가운데 최하위 5% 는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자부의 방침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시도지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반납한 성과상여금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성과상여금은 공무원사회를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구조조정의 수단입니다. 명확한 평가 기준도 없이 성과금을 지불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우리는 성과상여금 지급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습니다.”

사실 공무원 사회의 성과 상여금 지급은 그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어느 생산현장처럼 생산량을 따져 상여금을 지불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상여금을 받으려면 모두가 모수(毛遂)처럼 자신을 스스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웃기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지 않으면 낭중지추라도 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여금제를 수당제로 전환하는 방식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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