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靑學聯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06 17: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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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중국 후한(後漢)초기 반초(班超)가 36명의 장사들을 이끌고 선선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선선국의 왕은 처음에 반초 일행을 극진히 대접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을 냉대하기 시작했다. 그 사연을 알아본 즉 흉노족 사신이 수백명의 일행을 이끌고 선선국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선선국은 한나라와 흉노족의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보다도 흉노족을 더욱 두려워하여,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만에 하나 흉노족 사신이 반초 일행을 발견하게 되는 날에는, 그들은 모두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때에 반초가 부하들을 불러모아 이렇게 물었다.

“불입호혈부득호자(不入虎穴不得虎子). 즉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아니하면 호랑이 새끼를 얻지 못한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책은, 밤을 이용하여 불로 오랑캐를 공격하는 것이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때에 부하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죽거나 살거나 뜻을 따르겠습니다.”

결국 반초 일행은 흉노족 사자 숙소를 기습, 불을 지르고 수백여명의 적들을 다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이에 놀란 선선국이 한나라에 항복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민청학련’ 인맥들을 중용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에 이어 6일 정찬용 광주 YMCA 사무총장을 청와대 인사보좌관에 내정했다. 이들은 70년대 대표적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민청학련 사건’ 연루자들이다.

이강철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과 부산지역 운동권의 ‘맏형’격으로 대선 때 노 당선자 캠프의 부산지역 국민참여운동본부장으로 활약한 김재규 부산민주공원 관장도 민청학련 인맥이다.

노 당선자의 중국특사로 파견될 예정인 이해찬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의원도 이 사건의 연루자들이다. 앞으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통합21’을 최근 탈퇴한 이 철 전의원과 민주당 심재권 의원도 민청학련사건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개혁 성향을 가졌다는 점에서 노 당선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 민청학련 사건이란 무엇인가.

민청학련 사건은 군부독재 서슬이 퍼렇던 유신시대인 지난 74년 4월 중앙정보부가 ‘폭력으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전국적 민중봉기를 획책했다’는 혐의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중심으로 무려 180여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물론 그 혐의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지만 당시 그들이 유신독재 세력에 항거했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일이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불입호혈부득호자(不入虎穴不得虎子)였다.

반초가 오랑캐 무리들을 일거에 물리쳤듯이, 호랑이 굴에 들어선 그들이 지금 그 호랑이를 때려잡고 정치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게 되었으니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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