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다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11 17: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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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영원한 재야’로 불리다 지난해 8.8 재보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에 입당한 장기표 영등포을 지구당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비판하며 지구당위원장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본란 기자는 그와 개인적으로 ‘끈끈한’ 인간관계가 있다. 그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있다.
언젠가 타사 정치부 기자들과 함께 자리한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고국장과는 10여년이 넘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서로가 알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오랜 인연으로 인해 그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언론인이 아니었다면 지난 8.8 재보선 당시 선거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그를 지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 이유는 그가 때묻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민중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슴속에 가득 담고 있다는 점도 그를 흠모케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정치적 이념이 확고한 사람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분명한 사회주의자다. 이런 그의 이념이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정치역경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는 지구당 협의회장 이상 당직자 70여명에게 보낸 서신에서 “민주당이 천신만고끝에 정권을 다시 잡았는데 정권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당내 주도권 다툼이나 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노 당선자측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노무현의 승리’라고 말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무엇보다 못마땅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의 구성과 활동에서 민주당이 철저히 배제된 것이며, 인수위의 도를 넘는 활동이나 노 당선자의 가벼운 처신은 노 정권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사람으로서 인수위 구성에 당이 배제를 당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분노를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당명분치고는 너무나 치졸하다는 생각이다.

노 당선자는 지금 개혁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민주당 개혁특위가 확정한 정당개혁안을 보면 상당히 희망적이다. 이제 제왕적 총재니 대표니 하는 것도 사라지게 됐다. 물론 이런 움직임도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볼 때에 파격적인 안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허나 여당이 이처럼 앞장서서 정당 개혁을 추구한다면, 정계는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보수-우익정당 일색이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이 범주를 뛰어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민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보수-우익정당의 이미지를 탈피, 중도적 성격을 띠는 정당으로 탈바꿈해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우익정당과 민주당 중심의 중도 개혁정당, 그리고 민노당 중심의 좌파정당으로 확연하게 구분지어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런데 장 위원장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주당을 탈당, 한국노총 중심의 정당으로 간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과연 어느 쪽이 더 어용에 가까운가.

그 답을 알면서도 그는 짐짓 모른척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탈당하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이다. 그를 진정 아끼기에 이 다리만큼은 건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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