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귀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19 18: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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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경기도 부천시가 산하 정책개발단 직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정을 확대하고 문화영상단지를 조성하게 됐다는 소식은 이미 공무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지부동이 마치 공무원들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천시 공무원들의 이런 노력은 타 기관에 충분히 귀감이 될만한 일이다.

부천시는 지난 96년과 98년 2차례 벌인 타당성 조사에서 한국토지공사가 조성중인 상동신도시(94만3000평)내 유원지 부지 10만600여평에 영상단지를 조성하면서 부지를 조성원가(2044억원)나 원가의 60%에 매입할 경우 과다한 투자로 사업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재정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영상단지 조성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른 지방자치단체 같으면 그것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개발단 최인용 단장과 박헌섭 기술담당은 사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토지를 싸게 매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유원지 부지는 토공이 농경지를 매입한 뒤 성토한 것에 불과하므로 조성원가보다 훨씬 싸야 한다는 점을 토공측에 강조했다. 그들이 토공 문턱을 드나든 횟수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들은 이렇게 발품만 판 것이 아니라 쉽게 움직이지 않으려는 토공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다.

그들은 토지매입 협상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한파로 부동산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토지매각이 어렵고 사업을 위해 빌린 대출금의 이자가 연 20%를 상회하므로 신속히 매각하는 게 토공측으로서도 좋지 않겠느냐고 설득했고 결국 그들의 설득은 먹혀들었다.

부천시는 그들의 노력으로 2001년 8월 유원지부지를 평당 81만3000여원(조성원가의 39.9%, 공시지가의 55.9%)씩 총 815억3900여만원에 매입하는 성과를 얻었던 것이다. 이 금액은 조성원가보다 1228억6000여만원, 공시지가(1458억원)에 비해 무려 642억6100만원이나 싼 것이다.

공무원들은 소위 ‘철밥통’으로 귀찮은 일에는 잘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또 공무원들은 원가절감 노력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일을 벌이다 잘못되는 것보다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고정관념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공무원 사회에서는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게 상수’라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도 못본 척, 듣고도 안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이렇게 하다보니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세간의 인식을 이들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뒤집어 버리는 쾌거를 이룩해 냈으니 참으로 장하다.

일을 귀찮아하기보다는 일을 찾아가면서 하는 이런 공무원들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런 적극적인 공무원들을 공복(公僕)으로 거느리고 있는 부천시민들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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