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突徙薪의 심정으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20 16: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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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방환미연(防患未然)은 ‘화를 당하기 전에 재앙을 미리 방지한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의 어원은 이렇다.

어느 날 부잣집에 객이 찾아들었다. 객은 그 집의 굴뚝이 너무 곧게 세워져 굴뚝을 통해 빨려 나가는 불길이 너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굴뚝 바로 옆에는 섶나무가 높게 쌓여 있어서 언제 불길이 번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객은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댁의 굴뚝을 옆으로 조금 누이고 그 옆에 쌓아 둔 섶나무를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시오. 그렇지 않으면 언제 화재가 생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그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이웃들이 재빨리 달려와 불을 끄지 않았다면 엄청난 재난을 당했을 것이다.

다행히 화재가 진압되고 주인은 화재 진압에 나선 이웃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하지만 며칠 전 굴뚝을 누이고 섶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말했던 객은 그 자리에 초청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자 좌중에 있던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여보시오, 주인장. 며칠 전 당신에게 건의한 객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곡돌사신(曲突徙薪)의 고마운 뜻을 몰라주시오.”

주인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 그 객을 초청,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혔다.

이것이 방환미연(防患未然)의 어원이다. 지금 대구지하철 대참사론 인해 전국이 ‘술렁’이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번 참사는 지하철 당국이 안전 수칙을 무시한 채 안일하게 대처한 ‘人災’로 판명됐다.

더구나 전동차 화재 등에 대비한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다. 사고가 난 두 전동차에는 소화기가 객차 한량마다 각 1개씩과 앞-뒤 운전실에 2개 등 모두 14개가 고작이었다. 재난-재해에 대비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말이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 2001년 11월 `대도시권 도시철도 건설사업 집행실태’ 감사를 통해 대구지하철건설본부측에 화재발생 등에 대비한 배연시스템 등의 설계가 부적절하다고 통보했음에도 불구,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아 대구 지하철 참사의 피해가 더욱 확대됐다는 것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점을 감안하면, 당시 대구지하철 본부가 감사원의 말만 제대로 들었더라도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음이 분명하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이런 대참사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관계당국은 그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재난-재해 이후의 시급한 구조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지하철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점이 너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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