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있는 보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05 19: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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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신문보도에 있어서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을 균형있게 전개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균형있는 보도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 전체적으로 공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독자들, 즉 일반대중에게 어떤 뉴스가 공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며, 이 뉴스의 균형성은 곧 뉴스의 강조와 완전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정치부 기자가 총선기사를 쓰면서 여당 후보의 장점과 이력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야당의원들에 대해서는 외면했다면, 그 보도는 우선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전하지도 못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간의 분쟁, 여·야간의 충돌, 당내 세력간의 갈등 등 양자가 대립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양측의 입장이나 주장에 대해 균형있게 보도해야만 한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양시양비론을 펼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론은 ‘독립신문’이후 국민의식 계몽의 역할을 담당해온 만큼, 기자는 기사를 통해 어느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정확하게 알려 줘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사실 어정쩡한 양비론을 전개하는 것은 기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그것은 일종의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중대사안의 경우 외부 압력에 의해 양비론을 전개하면서 ‘균형성’을 유지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균형성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기자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른바 6공화국의 ‘타살정국’ 당시, 조선·동아·중앙 등 보수 언론들을 비롯해 각 신문들은 이 양비론을 전개하면서 ‘학생들도 자제하고 경찰들도 자제하라’는 요지의 기사들을 채워나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균형성’이었다. 강경대군의 사망 이후 수많은 젊은 학생들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자제하라는 것이었는지 참으로 답답했었다.

당시 본란 필자는 외롭게 경찰자제를 촉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시 다른 언론매체들도 경찰자제를 요구하는 기사를 썼다면 어찌 됐을까. 아마도 강경대군의 죽음 이후, 최소한 다른 젊은이들의 죽음만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새정부에서는 기존의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고 원칙대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옛날 정권에서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소주파티 등 향응을 제공하며 보도를 빼달라거나 고쳐달라고 로비방법을 썼는데 이런 방법은 언론의 자세를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해이하게 만들었다”는 말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언론은 권언유착을 통해 기사의 생명인 균형성을 상실하는 절대 오류를 범해왔다. 뒤늦게 나마 노 대통령이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언론 스스로 끊어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모쪼록 이 기회에 모든 언론사가 규형성을 유지하는 보도를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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