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송곳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13 19: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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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느날 진나라의 군대가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포위했다.

다급해진 조나라는 평원군을 파견, 조나라와 동맹을 맺으려 했다.

평원군은 식객중에서 용기있고 문무를 겸비한 사람 20명과 동행하고자 19명까지 선발했으나 나머지 한명이 부족했다.

이 때에 식객중에서 모수(毛遂)라는 자가 20명 가운데 자신을 끼워 넣어 달라고 청했다.

이 때에 평원군은 이렇게 물었다.

“선생은 우리 집에 와서 몇 년을 지냈습니까?”

“이제 3년이 되어 갑니다.”

“대저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마치 송곳이 주머니에 있는 것처럼 그 끝이 뾰족하여 반드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은 우리 집에 와서 3년이나 되었는데도 선생의 뛰어난 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결국 선생에게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모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주머니 속에 넣어 달라고 청원하는 것입니다. 만일 일찍부터 주머니 속에 넣어 주셨다면 송곳의 끝은 고사하고 자루까지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그 모수가 결국 조나라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냈다.

이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어원으로, 즉 주머니 속에 든 송곳끝이 뾰족하여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이,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많은 사람중에 섞여 있을 지라도 눈에 드러난다는 뜻으로 쓰인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소위 ‘신주류’로 분류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각 보수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권력 맛이 들어서 그렇다’는 뉘앙스를 풍기도록 만든다.

정말 고도의 술책이다.

그러니 일부 독자들이 멋모르고 그들의 은밀한 작업에 넘어가 그들을 비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신주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주머니’에도 들어가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세상에는 그들의 능력을 보는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수가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평원군을 만나 조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냈듯이 그들은 그들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노대통령을 만났으니 기필코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 아니겠는가.

주머니에 송곳이 들어가면 삐져 나오기 마련이다.

주머니에 들어서도 삐져 나오지 못하는 송곳이라면 어디에 쓰겠는가.

그 모양을 보고 손가락질하는 보수언론들이 잘못이지 결코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개혁을 추진하려면 모난 돌이 정에 맞듯이 당연히 보수언론으로부터 매질을 당할 것이다.

그것이 무서워 움츠려든다면 개혁은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주류 사람들 가운데 모수와 같은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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