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말기의 학자 응소(應邵)가 지은 ‘풍속통’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세상에는 이상한 것을 보고 스스로 놀라 앓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할아버지가 어느날 문안차 방문한 두선(杜宣)에게 술을 대접했다.
마침 북쪽 벽에 빨간 칠을 한 활이 하나 걸려 있는 데 그것이 잔에 든 술에 흡사 뱀처럼 비치었다.
두선은 오싹 놀랐으나 상관의 앞이라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억지로 마셨다.
그런데 그날로 가슴과 배가 몹시 아프기 시작했으며 백약이 무효였다.
그뒤 두선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을 때, 병이 든 사연을 이야기했다.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벽에 걸린 활을 보고 “저것이 틀림없다”며 사람을 보내 두선을 들어오라고 일렀다.
그리고는 자리를 전과 똑같은 위치에 차리고 술을 따라 전과 같이 뱀의 그림자가 비치게 한 다음 그에게 “이건 벽에 걸린 활의 그림자가 술에 비친 것일세”하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두선은 새 정신이 번쩍 들면서 모든 아픈 증세가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여야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총련 합법화 검토 언급을 둘러싸고 `시의적절한 발언’(민주) `3권분립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한나라)이라며 논란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의 어떤 사람은 “북한이 친북세력들을 통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려는 상황에서 아무 조건없이 특별사면을 검토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며 한총련을 마치 친북세력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민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총련 수배자들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범법자인데, 정부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한총련 수배자들을 특사할 경우 이적단체 영웅시로 국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한총련을 두고 아직도 친북세력 운운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다.
지난 93년 4월 전대협 후신으로 만들어진 한총련은 현재 전국 169개 대학의 총학생회가 가입해 있다. 그런데 이 단체가 98년 대법원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되면서 한총련 소속 대학의 학생대표들은 매년 임원으로 선출되는 동시에 수배자가 돼 경찰에 쫓기는 생활을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이다.
한총련 대의원 구속자 수는 2000년 71명, 2001년 72명, 2002년 90명으로 줄지 않고 있으며, 현재 수배자수도 모두 180여명에 달하고 있다.
한총련 관계자 대부분은 왜 자신들이 이런 도망자신세가 돼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늘속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한총련은 재작년 북한의 주장과 같은 연방제 통일강령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바꾼데 이어 각종 집회-시위에서 과격 움직임을 자제하고 시민 상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에는 민변의 법률 지원에 힘입어 이적규정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한총련, 알고 보면 민주주의 실천의지가 굳은 선량한 우리의 이웃 대학생들일뿐이다.
이제 그들에게 억지로 뒤집어씌운 ‘이적단체’라는 뱀의 그림자를 걷어 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그것이 바로 기성세대인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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