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 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19 1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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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각 당의 정당개혁은 여전히 ‘산넘어 산’이다.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은 당 개혁특위가 마련한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공직후보 사전심사제도 등 당 개혁안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도 당사에서 당·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쇄신안의 핵심쟁점인 지역대표 운영위원 선출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했을 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정당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실제로는 이처럼 개혁을 위한 걸음을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개혁 반대론자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유는 하나다. 바로 기득권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의 지구당위원장제 폐지의 경우를 보자.

이는 공직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제도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 반대론자들은 “선거조직으로서의 지구당의 본질적 기능을 제거한 과격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구당위원장 폐지안은 상대당이 있는데도 우리 당만 무장해제시키는 총선패배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당위원장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당이 그러니까 우리도 그런다?

결국 이런 논리에 밀려 민주당은 당무회의에서 현행대로 위원장제를 유지키로 의견을 모았다고하니 여간 실망스러운게 아니다. 이는 정당개혁이 뚜렷한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런 모습으로는 결코 정당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개혁의 걸림돌은 ‘곳곳’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당초 민주당이 현행 지구당위원장제를 폐지하고 관리위원장 제도를 도입, `제왕적 위원장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정당민주화와 관련해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지구당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위원장은 5년동안 공천을 받기 위한 경선 출마가 금지된다.

또 현 지구당 위원장의 기득권은 자동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뜻있는 정치신인들도 과감하게 공천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이런 내용들 때문에 당연히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지구당위원장제 폐지가 공염불이 되고 말았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기득권 세력이 득세하는 한 개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개혁은 필연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동반하게 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 반발이 무서워 후퇴하기 시작한다면 개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막혀 첩첩 산중을 헤매는 여-야의 정당개혁안.

그러나 산은 넘으라고 솟아 있는 것이다. 마냥 ‘뱅뱅’ 돌아가기만 한다면 언제 그 산을 다 넘어갈꼬.
goh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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