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아닌 평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24 1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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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킨 부시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미국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 결국 외로운 미아로 남게 생겼다.

백악관이 이라크 전쟁 지지 국가 리스트를 늘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으나 오히려 세계 도처에서 전쟁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의 숫자만 늘어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그 단적인 증거다.

지금 세계 각 국의 선량한 시민들은 물론이고, 전쟁유발 당사국인 미국의 어린 학생들까지 참여하는 거리의 반전 목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독재자 후세인을 지지하는 것도, 대량파괴무기의 방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그 힘에 의존, 약소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개탄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바그다드 공습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특히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피해가 불보듯 뻔한 이 전쟁에 누가 박수를 보내겠는가.

더구나 미국이 전세계 62개국에 대해 이라크 외교공관을 폐쇄하고 이라크 자산을 동결하라고 요청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주권 침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쟁 지지 대열에 줄서기를 강요하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일방주의적, 고압적 자세는 결과적으로 지지국(支持國) 리스트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만 커지게 할 뿐이다.

이렇게 서두를 꺼내면 혹시 ‘반미(反美)’를 말하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니다.

본란 필자는 지금 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반전(反戰)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전 세계인은 지금 ‘전쟁 아닌 평화’를 절실히 갈망하고 있다.

이 단순 명쾌한 도덕적 주장보다 우위를 점하는 명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못물로 불을 끄면 물이 말라서 고기에까지 재앙이 미친다’는 뜻의 지어지앙(池魚之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죄도 없고 관계도 없는데 재앙이 닥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여씨춘추(呂氏春秋)의 효행람 제2의 필기편에 실려있다.

송나라 환사마(桓司馬)라는 자가 지은 죄로 인해 처형을 당하게 생겼는데 그에게는 보배 ‘주옥’이 있었다. 왕이 사람을 시켜 주옥이 있는 곳을 묻자, 환사마가 말하기를 “주옥은 연못 가운데로 던져 버렸습니다.”라고 했다.

왕은 그의 말을 듣고 연못의 모든 물을 퍼냈지만 주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연못에 살고 있던 모든 물고기가 말라죽었을 뿐이다. 그 물고기들에게 무슨 죄가 있었을꼬.

지금도 바그다드에는 연일 미·영연합군의 폭격으로 불바다를 이루고 있다. 그 폭격이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민간인들의 피해를 비켜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지 연못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말라죽은 물고기처럼 단지 바그다드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토록 처참하게 죽어가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들도 인간이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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