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개혁신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25 18: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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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비파나 거문고의 기둥을 아교풀로 고착시키면 한 가지 소리밖에 나지 않는 것처럼 변통성이 없는 소견머리를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고 한다.

거문고 줄을 가락에 맞추어 타려면 줄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이리 저리 옮겨야만 된다. 그런 것을 한 번 가락에 맞추었다고 해서 아예 아교풀로 딱 붙여 버린다면 다시는 가락에 맞는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아무리 혼자 “틀림없이 가락에 맞추어 두었는 데…. 틀림없이 제대로 소리가 날텐데…”하고 중얼거려 보았자 제 소리가 날 리 만무하다.

이와 같이 한번 무슨 일에 성공했다고 해서 언제나 그 방법을 성공하는 길인 줄 알고, 때와 장소에 따라 뜯어고칠 줄 모르면 영영 다시는 성공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고사성어는 ‘사기’ 염파·인상여 열전에 나오는 말인데 그 어원은 대략 이렇다.

조 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에게 괄(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병서에 밝아 아버지와 용병에 관해 토론을 하면 아버지가 이론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조사의 부인은 아들이 남편을 이기는 것을 보고 “장군의 집에 장군이 났다”고 기뻐했다.

그러자 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죽고 사는 마당이다. 이론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철없이 이론만으로 가볍게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괄이 대장이 되는 날 조나라는 망하게 될 것이니 부디 그를 대장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그 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해 들어왔다. 조나라 명장 염파는 세가 불리함을 알고 성문을 굳게 닫은 채 방어에만 치중했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진나라는 간첩을 성내로 들여보내 “진나라 군대는 조사의 아들 괄이 대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나 겁을 먹고 싸우러 나오지 않는 늙은 염파는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유언비어를 유포시켰다.

이 헛소문에 솔깃해진 조나라 왕은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려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임금께서 이름만 듣고 조괄을 쓰려고 하시는 것은 마치 기둥을 아교로 붙여두고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膠柱鼓瑟). 괄은 그 아버지가 전해준 책을 읽었을 뿐 때에 맞추어 변통할 줄을 모릅니다”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왕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조괄을 대장에 임명해 버리고 말았다.

조괄은 그 날로 자신이 알고 있는 방식대로 군령을 모두 뜯어 고쳤다. 참모들이 말하는 의견도 병서를 들어 반박하고, 자기 주장대로만 밀고 나갔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조괄은 40만 대군을 모조리 사지로 몰아넣어 죽임을 당하게 만들었으며, 중국 역사상 최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장수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각 당의 정당개혁안이 표류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민심이 변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자기 고집만 부리고 있는 것이다. 소위 ‘3김’시절 지역정당이 성공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교주고슬(膠柱鼓瑟)’과 다를 바 없다.

영남당, 호남당, 충청당 등 지역정당을 가지고 내년 총선에서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까. 모르긴 몰라도 수도권 민심만큼은 ‘개혁신당’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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