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와 마녀사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09 1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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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마녀사냥은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 16세기가 전성기였다.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적 마법의 존재, 곧 마법의 집회와 밀교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초기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고, 종교재판소가 마녀사냥을 전담하였지만 세속법정이 마녀사냥을 주관하게 되면서 광기에 휩싸이게 됐다.

이교도를 박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종교재판은 악마의 주장을 따르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파괴한다는 마법사와 마녀를 처단하기 위한 지배수단으로 바뀌게 됐다.

17세기 말 마녀사냥의 중심지였던 북프랑스 지방에서는 300여 명이 기소되어 절반 정도가 처형되었다. 마녀사냥은 극적이고 교훈적인 효과 덕분에 금방 번졌고,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켰다.

뷰르스부르크에서는 화형당한 마녀가 900명에 달했는데, 희생자들 가운데는 시의회의원, 고급관리의 부인, 시의회의원의 처자, 그 지방의 가장 아름다운 자매, 8, 9, 12세의 아이들까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후루다에 살고 있는 바루다세르 후스라는 마녀재판관은 19년간 700명의 마녀를 화형시켰는데, 자신의 일생동안 1000명을 처형하기를 소원했다고 한다. 이 마녀사냥은 종교적 번민에서 탈출하는 비상구였던 동시에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6세기는 이렇듯 수만, 수십만의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라는 죄목으로 교살당하고, 혹은 교살당한 후에 불태워지고, 또는 살아있는 채로 불태워져 죽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특정언론에 의해 중세시대에 만연했던 이런 마냐사냥이 재연되고 있다. 특정언론이란 다름아니라 우리나라의 언론시장을 지배 여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 언론을 일컫는 것이다.

그들은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교장의 자살과 관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전교조를 진범으로 단정짓고 악의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이로인해 정작 본질은 핵심에서 비켜나고 말았다.

과연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당초 문제가 됐던 것은 여교원에 대한 성차별적 업무강요, 기간제 교원의 신분 불안정, 초등학교의 봉건적 풍토 등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어느 언론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교조를 패악(悖惡)한, 마치 그들이 16세기 때 마녀나 되는 듯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전교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서승목 교장이 유명을 달리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전교조를 그렇게 몰아부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 어느 집단이건 간에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단지 갈등이 자살 이유라고 해서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인가?

불합리한 일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그런 기득권자들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이 사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런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이 기승을 부리는 우리나라의 언론시장이 잘못 된 것이다.

이러다 필자도 어느 힘있는 언론의 마녀사냥감으로 전락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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