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대표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21 18: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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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선배, 지금 한나라당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실망이오. 의원들의 연서로 선배의 당 대표 출마를 지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데 이게 사실인지 묻고 싶소.

불출마 선언을 뒤집으면서까지 당 대표 경선에 나오려는 것은 한 마디로 아름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 선배의 생각은 어떻소.

그런데도 최근 선배가 지구당위원장 등을 상대로 한 물밑 세 확산작업을 활발히 벌이는 한편, 이른바 ‘대안부재론’을 내세워 대선 패배 직후 자신이 선언했던 불출마선언 번복에 따른 부담을 희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오.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이렇게 말합디다. 이번 대선의 패배를 선배가 져야 한다고.

물론 누구 한 사람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국회의원 한 명으로 시작한 사람과 국회의원 백 몇 십명으로 시작한 대통령 후보의 싸움에서 다 이겨놓은 게임을 막판 한 달을 잘못해서 졌다면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사실 선배는 당대표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오. ‘한국의 토니블레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지도력이 있다는 것 인정하리다.

이번 수도권 지역에서 실시되는 4.24 재보선에서도 선배의 인기가 단연 으뜸이었소.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대 1로 승리를 할 경우, 당권경쟁에서 선배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설처럼 되어 있소이다.

게다가 당내 일부에서는 선배가 충청권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 대표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오.

하지만 수도권 초재선이나 개혁 성향의 의원들은 현재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할겁니다. 또 그렇게 되면 개혁파 일부의 탈당으로 당의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아니겠오.

당이 깨지지 않고, 그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표를 모을 수 있는, 참신하고 정말 개혁적인 인물이 나서야 하지 않겠소이까.

지금 한나라당 당내 경선은 선배의 경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정상궤도를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소이다. 선배, 이것을 바로 잡는 일이야말로 당인으로서의 진정한 책무아닐런지요. 물론 불출마 약속을 지키기가 당장은 힘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해 봤소?

선배, 아름다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주시오. 그리고 누구든 지역 색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 그래서 수도권 표심을 끌어 줄 수 있는 개혁적인 인물과 손을 맞잡고 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어떻겠소. 선배의 곧은 모습을 늘 흠모해왔던 한 후배의 간곡한 청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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