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비 인프레 등골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6-25 18: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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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찬 식 수도권부 부장(강화·부천 주재) {ILINK:1} 각종 경조사 때 ‘품앗이’라는 형태로 건네지는 경조위금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왜곡돼 서민들의 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경기도 강화 및 부천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불황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임금 동결 등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각종 경조위금은 인플레이 현상까지 보이며 주말이면 4, 5통씩 날아들어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경조위금은 원래의 상부상조 정신에 따라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운영돼야 하지만 오히려 지위가 높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축하객이나 조문객이 몰리는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경조사비가 공직사회의 부정과도 무관치 않아 이권청탁의 합법적인 호기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는 등 그 폐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는 공무원들의 경조위금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관행은 마음속으로 축하 또는 조문하는 것보다 속칭 ‘눈도장’을 찍는데 급급해 하루에도 몇 군데씩 돈 봉투만 전달하고 다음 장소로 뛰는 마라톤 경조의 풍속도가 일반화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또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이 같은 경조사 때문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유행될 정도이고 신분이 노출된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은 줄을 잇는 청첩과 각종행사 초청장 등으로 죽을 맛이다.

한편 공무원 이 모씨(40)에 따르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자주 찾아봐야 하는 인사의 자손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서 축위금을 전달하지 못해 당사자를 볼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회

사원 김 모씨(43)도 지난 주말 네 차례의 경조사에 한곳 당 3만원씩 모두 12만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같은 관행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미풍양속인 것은 알지만 도를 넘어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겉치레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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