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사과로 幕내리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6-25 1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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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말 놀랍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25일 오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북측에 1억달러를 제공키로 약속하고 현대를 통해 북측에 이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현대로 하여금 1억달러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점에서 DJ정부의 도덕성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이 1억달러를 주었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라면 ‘햇볕정책’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의 대북송금 성격규명이 DJ 정부가 내세웠던 업적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의 진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필자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큰 테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단순히 법률적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점을 정치권과 특검팀이 너무나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서 우리가 마땅히 지불해야할 통일비용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로 그같은 통치행위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 등 국익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 해석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대가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나머지 4억달러도 순수한 경협자금이 아닐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재특검 추진은 위험하다.

당초 진상을 규명하라는 특검도입의 일차적인 목표가 달성된 만큼 이제는 `150억원’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맡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재특검은 남북관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등은 한 순간의 정치적 이익이나 단순 법률적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는, 긴 역사적 안목에서 봐야할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과 더불어 ‘민족공조’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나타낸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특검의 여파가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손해는 결국 우리 민족의 손해로 나타날 뿐이다.

법도 좋고 진실도 좋지만 민족의 미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법의 정의도 구현됐고, 진실도 어느 정도 밝혀진 만큼 이제는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자는 말이다.

허나 여전히 DJ정부가 ‘왜 공개된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만큼은 지우기 어렵다.

특히 재벌기업 현대로 하여금 정부를 대신해 돈을 송금토록 한 것은 아쉽다못해 배신감마저 느껴지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만큼은 DJ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으로 시끄러운 ‘대북송금’의 막을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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