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은 차려졌는데 …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08 16: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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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밥상을 차려야 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은 민주당 신당파이지만 정작 밥상을 차린 것은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이다.

지난 7일 한나라당 의원 5명은 ‘지역주의 타파·국민통합·정치개혁’을 선언하며 탈당을 감행했다.

물론 쉽지 않았을 일이다.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보금자리를 뛰쳐나와 ‘무소속’이라는 거친 광야로 향하는 일이 어디 말처럼 간단한 일이겠는가.

무소속 김영춘 의원은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현실의 거대한 늪 속에 빠져서 이제는 재가 된 줄 알았던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우리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많은 반성의 시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싸우자고 결심했다.”

물론 이들이 진정 정치개혁을 실천에 옮기려했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과감히 한나라당의 변화불감증에 도전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말처럼 그들이 모든 것을 버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고 외롭지만 분명 의로운 결단이었다.

이들이 탈당을 결행한 날 오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날 이수금 전농 의장, 이해학 목사, 조성우 민화협 상임의장, 이철 전 의원, 신평 변호사 등 신당연대 합류를 선언한 시민단체 관계자 300여명이 넓은 회의장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이른바 ‘외곽신당’이 본격 진용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민주당뿐이다.

사실 개혁신당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민주당 신당파 의원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에게 추월 당하고 말았으니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면서도 민주 신당파들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도대체 무르익는 그 때가 언제라는 말인가.

물론 민주당의 복잡한 당내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여러 갈래의 논의가 있어왔다.

통합신당이냐 개혁신당이냐의 논란을 지루하리만큼 끌어오다가 이제 겨우 별도의 신당 추진기구를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이제부터라도 신당논의가 가속화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구주류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으며, 중도파는 분당을 막는 일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당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제 개혁세력이 모두 한 데 모여서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형성하고 주도해 가야 할 절대절명의 시기에 왔다. 바야흐로 때가 무르익었다는 말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민주 신당파들은 그저 먼저 결행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민주 신당파, 한나라당 탈당파, 신당연대가 한 가족이 되어 같은 밥상에 앉게 될 날이 과연 언제일까. 그 날이 정말 오기는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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