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인가 오보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19 17: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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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동아일보의 ‘윤창렬 수뢰 정치인’ 실명 보도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아일보의 기사가 설령 오보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기사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수뢰 정치인’이라며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동아일보가 기사를 내기 전에 본인한테 확인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즉 범죄자에게까지 주어지는 반론의 기회가 이들에게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수사주체인 서울지검 역시 “윤씨를 소환조사한 것은 맞지만 윤씨가 동아일보의 보도처럼 ‘김원기 민주당 고문,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이해찬·신계륜 민주당 의원과 지난해 대선 당시 야당 수뇌 등에게 로비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진술을 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의 이번 보도는 단지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의 전언에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신구주류간 갈등 양상을 빚으면서 ‘음모설’로 뒤숭숭하다.

실제로 거명된 인사들이 모두 신주류 핵심인사들이란 점에서 구주류측이 정보를 흘린 것이라는 음모설이 최근 나오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관계자가 흘렸다든지, 정대철 대표측에서 반전카드로 흘린 것이라는 소문도 한때 나돌았다. 또 시중소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원쪽 관계자가 신빙성을 믿게 하는 언급을 했기 때문에 기사화 됐다는 얘기나 신주류 내부 갈등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작 파문을 초래한 동아일보는 오히려 굿모닝시티 로비자금 수수 정치인 관련 보도가 쑥 들어가고 말았다. 심지어 김원기 고문,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이해찬·신계륜 민주당 의원, 손학규 경기지사의 ‘반박’을 충실하게 전달하는가하면, 검찰 “돈 전달 증거 포착안돼”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동아일보의 기사가 오보에 가까운 것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시사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자에게 있어서 ‘특종’은 사실 욕심나는 것이다. 실명과 이니셜로 보도할 경우에 그 기사의 비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실명보도는 특종이 되지만 이니셜 보도는 특종으로 취급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기자는 잘못된 실명기사 한 줄이 정치인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인식, 기사작성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번 건과 같은 경우에는 설사 취재기자가 특종 욕심에 실명으로 쓰고 싶다고 해도 데스크가 말리는 것이 옳았다는 판단이다.

이런 기본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던 동아일보는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이 동아를 상대로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소송을 청구했는가 하면, 손학규 경기지사도 기사를 주도적으로 쓴 윤모 기자를 서울지검에 형사고소했다.

물론 아직 이 기사가 특종인지 아니면 대형 오보인지 판가름하기는 이르다. 허나 기사작성의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 정치부기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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