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을 꺾어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22 18: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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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역시 그 별명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최틀러’답다는 말이다.

대선자금 파문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전모 공개 및 수사기관 검증’ 제안을 ‘똑’부러지게 거절했으니.

실제로 최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는 재탕이 아니라 3탕”이라며 “대통령이 감출 수 없는 대선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자 당혹한 나머지 어려운 상황을 탈출해보고자 국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노 대통령의 제안을 폄하했다.

물론 대선자금 파문에서 한나라당은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굿모닝 게이트’ 사건이 아직도 국민들에게 ‘약발’이 먹히고 있다.

이 사건의 애초 시발은 서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굿모닝시티 돈이 집권당의 대표에게 들어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닐 게다.

어쩌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대의 호기를 잡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설령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파문의 불똥이 튄다고 해도 그것은 최 대표와 무관하다는 점도 최 대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대선자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관심 어린 시선이 웬만한 ‘눈요깃거리’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하간 민주당은 오늘 대선자금을 공개한다.

지난해 9월30일 선거대책위 발족 이후 대선자금 수입과 지출 및 잔여금 내역을 공개한다는 말이다.

그 내용 여하에 따라 국민이 수긍할 수도 있고 불신을 더욱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된 일이 있다면 노 대통령은 그 전모를 밝히고 국민앞에 사죄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또한 대통령의 도리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것은 한나라당뿐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도 마땅히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난해 법정선거 경비와 한해 동안의 전체 수입과 지출에 대해 선관위에 회계 보고를 해 더 이상 공개할 것도 없다”는 최 대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대선자금 파문을 해결하는 열쇠는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최대표는 이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무위로 끝낸다면 국민은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여야 모두 고집을 부릴 시기가 아니라 그 고집을 국민 앞에서 꺾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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