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죽은지 올해로 50년째지만 최근까지 그의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이다.
물론 이현상의 제사를 지내온 사람들은 모두 빨치산 출신 인사들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있는 이들은 해마다 이현상의 제삿날이 다가오면 하나둘씩 지리산 빗점골로 모여들어 대형 영정에 지방도 크게 써서 걸어놓고 제사를 지냈다.
빨치산 출신 인사들이 누군가. 평생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살아온 사람들 아닌가. 빨치산이었거나 그들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던 사람들은 온전한 세상살이를 할 수 없던, 그런 냉전의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함께 모여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주홍글씨를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의심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 / 국가발전 가로막는 용공책동 분쇄하자 / 간첩은 표시 없다 너도나도 살펴보자 / 한순간의 좌경사상 후손에게 눈물 된다 / 설마 하는 방심 속에 불순분자 스며든다 / 사회혼란 조장하는 불온문서 신고하자.”
이는 버스, 지하철 등 한쪽 공간을 어김없이 장식하고 있는 국정원의 대공 포스터에 나오는 글이다. 어디 그뿐인가. 도로변에 있는 반공표어판만 해도 수십만 개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곳곳에 널려있는 이런 글을 보면서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어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반공표어는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불안의식을 심어주면서 각 개인에게 친북·좌경·용공의 혐의나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항상 자기검열에 힘쓰고, 서로 감시하라는 정치적 암시를 준다.”
그의 지적은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신군부세력은 정권을 장악한 이후 군부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평화의 댐’이라는 기발한(?)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물론 당시 필자는 민중신문 편집위원장으로서 칼럼과 사설을 통해 그 허구성을 지적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국민은 물론 대다수의 보수 언론마저 필자의 지적을 외면했다는 말이다. 행여 평화의 댐을 반대했다가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주홍글씨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전신에 새겨진 문신은 지워지기라도 하지만 가슴에 새겨진 ‘빨갱이’ 낙인은 영영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인가.
올해로 70회 생일을 맞이하는 정순덕 할머니의 가슴에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갓 결혼한 남편이 부역으로 북한군을 따라 지리산에 들어가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찾으러 산으로 들어갔다가 13년을 지리산에서 보내야 했다. 그 뒤 경찰에 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또 23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낸 이 할머니의 가슴에 남아 있는 ‘주홍글씨’.
이제 지워준들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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