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05 18:52: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것이 정치판이다.

그래서 흔히 ‘정치는 생물(生物)’이라고도 한다. 선거와 정치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살아있는 생물인 만큼 눈앞의 현실만을 놓고 성급하게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신·구주류는 ‘8월 전당대회 개최’를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상수 사무총장의 사퇴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반쪽의 결론’만 맺고 끝냈다.

그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이 총장의 사퇴 문제가 신·구주류간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현재 당규상 사무총장이 자동으로 전대준비위원장을 맡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주류는 이 총장이 신당지지 입장이어서 전당대회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총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 총장은 전대위원장을 안 맡을 수는 있지만 사무총장을 사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오후 전·현직 사무총장인 유용태·이상수 의원이 각각 30분 간격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총장직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그야말로 한편의 희극이다.

이날 먼저 입을 연 쪽은 이상수 사무총장이다. 이 총장은 오후 4시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규상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을 사무총장이 한다고 돼 있는데 단서를 붙여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경우 사무총장 이외의 사람을 둘 수 있다’고 하자”며 “구주류가 원한다면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자신도 쉬고 싶지만 현 시점에서 사무총장직을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그런데 유 전 총장이 어디 가만히 있을 사람인가. 지난해 대선때 이 총장은 후단협 멤버로 활동하던 유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일이 있어 감정이 쌓일 때로 쌓여있는 처지가 아닌가.

그래서 유용태 의원은 이 총장의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4시30분쯤 중앙당사 기자실을 찾아 “신당파 핵심 멤버인 이상수 사무총장이 가장 공정해야 할 전당대회의 심판관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또 ‘당규 개정을 통해 준비위원장을 교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 총장의 주장에 대해 “당규가 정해져 있으면 그에 맞춰서 해야지 위인설관(爲人說官) 하는 형식으로 딴 사람을 앉히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당규 개정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로의 입장이 완전하게 뒤바뀐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감(私感)으로 인해 대의가 그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생물은 곧 살아있음이요, 그 생명체의 숨결이 얼음장처럼 차가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언제 또 이처럼 서로의 입장이 뒤바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한번 너털웃음을 지어보는 게 어떨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