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직개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18 19: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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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참 말들이 많다.
청와대가 조직개편과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으나 정치권의 마음에는 쏙 들지 않는 모양이다. 각 언론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어온 청와대 조직개편이 잘못됐다며 정치권의 입방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이번 조직개편이 왜 신통치 않은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 정치권과 언론의 지적처럼 무조건 조직 여기저기를 뜯어고치고 이 사람 저 사람 갈아치우면 쇄신이 이뤄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지적처럼 정말 이번 인사가 잘못된 것일까.

우선 정치권과 언론이 이번 청와대 조직개편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그동안 민주당 쪽에서는 당과 청와대간 불화 요인으로 지목됐던 일부 비서관의 교체를 비롯해 청와대의 대폭적인 개편을 요구해 왔다.

언론은 비서진의 전문성과 공직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그 해답에 앞서 당·청 불협화음의 진원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불행하게도 실체가 없는 ‘음모론’에서 기인하고 있다.

음모론 같은 여론에 밀려 사람을 바꾸는 식의 인사는 곤란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또 그들이 전문성과 공직의식이 희박하다는 논리도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비서관은 반드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자리가 아니다. 청와대 비서관이 경험을 필요로 하는 자리라면 청와대 주인이 바뀌어도 비서관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인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386세대로 분류돼온 참모들은 이미 재야에서부터 정책관련 수업을 받아온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자리에 앉게 된 비서관의 면면을 보면 전문성을 의심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정무기능과 정책성은 오히려 과거 정권의 어느 비서진들도 보다도 월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들을 매도하는 정치권과 언론보다도 훨씬 깊이가 있다. 정책면에서 상당한 식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때로는 그들에게서 한 수 배울 정도다.

물론 도덕성에 있어서도 그들은 기득권 세력들보다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비록 양길승 실장의 파문으로 상당부문 도덕성이 실추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가지고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왜 이토록 심하게 입방아를 찧어대는 것일까. 행여 자신들의 기득권 손상을 우려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들도 유의해야 할 일이 있다. 비서관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보좌 역할이다. 결코 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이를 하나의 권력으로 인식해서도 안된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차별성을 갖지 못할 경우, 이번 비서관 인사는 더욱 강렬한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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