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3 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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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슬피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의 공통점이란다. 물론 시중에 떠도는 유머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게 아니다. 지난 22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쏟아진 발언들이다.

이날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 풍경은 이랬다. 각설하고 김병호 홍보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개구리와 공통점 다섯 가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올챙이 적 …”“시도 때도 …”“가끔 슬피 …”등을 꼽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박주천 사무총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는 등 나머지 두 가지를 덧붙이며 박장대소를 했다. 이에 당황한 홍사덕 총무가 급히 손을 흔들며 “그런 얘기는 간담회 때 하자”고 제지했으나 참석자들은 모두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라면 당의 주요 정책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 회의석상 아닌가. 그런 자리에서 대통령을 빗대어 개구리 운운하디니 이는 분명 ‘막말’이다.

행여 개구리 몇 마리가 모여 ‘개골개골’하는 당직자회의가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분명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개구리 특성은 그렇다. 옆에서 울어대면 멋도 모르고 같이 따라 운다. 만일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면 설사 김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더라도 당연히 모두가 제지했어야 옳다.

그런데 홍사덕 총무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같이 따라 울었다. 거기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홍총무 한 사람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대통령을 이렇게 비하하는 추태는 우리나라 국민을 비하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비하하면서 그 국민을 상대로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는가.

회의직후 한 당직자가 “그냥 농담처럼 한 얘기이니 기사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사안이 너무 민감하다.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대통령에 대해 정책적으로 비판하고, 국정혼란을 강하게 비판할 수 있다. 사실 그것이 야당의 책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홍준표 의원마저 “제1당의 사무총장이나 홍보위원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이라면 모르되, 대통령이 된 이후에 그런 식으로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이미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4자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런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렵다는 뜻 아니겠는가.

개구리 몇 마리가 모여 ‘개골개골’ 잘못 울어댄 탓에 국정만 더욱 얽히고 설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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