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혁의지 후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6 1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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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중앙선관위는 당초 선거일 180일(대선은 1년전)전 허용하는 것을 검토했던 선거 입후보예정자들의 선거운동을 선거일 120일(대선은 300일)전부터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 완화 등을 위해 추진했던 선거운동 허용기간 확대폭을 이처럼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 것은 ‘선거개혁의지의 후퇴’가 분명하다.

물론 사전선거운동의 포괄적 제한규정을 철폐하고 선관위에 입후보 의사를 신고한 ‘예비후보자’는 그때부터 일부 선거운동을 허용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신인들은 이 포괄적 제한규정에 묶여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 기존의 선거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20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 유권자들에게 정치신인의 얼굴을 알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말이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선거일전 180일부터로 정했다가 120일로 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선거조기과열 및 선거비용 과다 지출, 의원들의 조기 선거운동에 따른 정기국회 부실 우려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들의 반발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기간을 조정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현역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에 비해 정치신인들에 대한 선거운동규제가 너무 심했다. 따라서 정치신인과 현역 정치인간 선거운동상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전선거운동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회 형식으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도 불법이 아니다. 지구당 위원장만 돼도 지구당 개편대회 등 각종 형식으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신인에게는 어림도 없다. 경력 등이 기재된 명함만 돌려도 사전 선거법 위반으로 당장 제재를 당한다. 물론 의정보고회나 지구당개편대회 등 공개된 장소에서의 정책 홍보 및 지지를 호소하는 일도 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입후보 준비를 위한 사무소 및 간판 설치는 아예 꿈도 못 꾼다.

이런 선거법이라면 정치신인들의 두손 두발 다 묶어 놓고 선거전에 뛰어들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불공정한 싸움이 세상에 또 어디 있는가.

선거는 공평하고 공정한 룰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정치신인에게 문호를 확대하는 방식이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선거조기과열, 정기국회 부실 등 사소한 우려 때문에 ‘공정성’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개혁의지의 후퇴일 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치신인들은 후원회를 열 수조차 없다. 따라서 정치자금을 모으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신인들이 정치자금법위반이라는 덫에 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출마를 희망하는 정치신인이 관할 선거구에 입후보 의사를 신고하면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정치인’의 자격을 얻게 하고, 당연히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하거나 일부 사전선거운동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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