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을 뿜는 海女示威
괴한은 두 사람이었지만, 구령에 맞추어 체조하듯 몸 동작은 하나였다. 그들은 맨 먼저 얼굴들을 번갈아 훑어본 다음, 손동작 취하는 순서로 들어갔다. 제 1차로 가슴 패기를 주물럭거렸고, 제 2차로는 치마 속에 파고들어 ‘아폴로 힐’을 거쳐 정글 탐험으로 돌입했다.
“제법 쓸만한 물건들을 갖고 왔군, 우리 같은 굶주린 사내들 한끼니 포식시키는 데 충분하겠어, 둘이서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꽤 맛이 있어 보이는데! 그럴 줄 알았더라면 굶주린 놈팽이 하나 더 끌고 올걸 그랬지?
등외품 하나가 남겠는데, 이것까지 먹어치울 순 없고…. 미안하지만, 너는 빠져 줘야겠어. 젖가슴과 아랫도리는 쓸만하지만, 얼굴이 우리를 실망시켰으니…. 어이, 너는 스스로 비관하지도 말고 우리를 원망하지도 말아라 응! 다만 조물주를 원망하는 것은 자유에 속하지만…. 그럼 볼 장 다 본 너는 가봐! 아니, 여기서 엄숙한 자세로 견학하는 건 상관없고…. 그 점은 양해해 줄 테니까.”
괴한은 시나리오 외듯 한참동안 씨부렁거린 끝에 최정옥을 밀어냈다. 그리고 곧 강은자와 양숙희를 상대로,
“너희는 뽑혔어, 행운이라구, 얼굴까지 3박자가 딱 들어맞았으니 우리에겐 물론 조물주에게 맘속으로 감사 드리도록! 이제부터 백번 죽었다 백번 살아나는 만병통치약을 공급 해줄테니 까무라치지 말고 감지덕지 고맙게 받는 거다. 응!”
괴한은 들뜬 목소리로 소름끼치는 음담패설을 늘어놓은 다음, 그녀들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선생님, 이러지 마세요. 이건 죄 없는 사람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무서운 협박이란 말예요. 3무의 제주땅에서 날강도 짓보다 무서운 협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구요. 제발 살려주세요”
강은자가 울먹이며 반항하다 맥빠진 소리로 하소연을 했다.
“경합서! 제발 우리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서! 우리의 요구 들어주지 않으면 혀 깨물어서 칵 죽어버리쿠다. 정 굶주려서 못 견딜 지경이면 최정욱 저애를 꿀꺽해버리십서. 저애는 먹성이 좋아서 두 분의 것 한끼에 다 먹어도 양이 안찰테니까요. 얘, 최정옥! 네가 우리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이 양반들에게 봉사해라 응!”
양숙희도 악이 난 듯 입에 게거품 물고, 최정옥을 걸고 넘어지며 악담을 퍼부었다.
“보자보자 했더니 이 썩어빠진 비바리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지, 까불고 있잖아? 정신이 있는게냐 없는게냐? 돈주고도 맛볼 수 없는 일품요리 대접하겠다는데. 눈치코치 없이 재를 뿌리겠다구? 맛을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한번 입을 대었다하면 죽어도 떼지 못할걸! 이런기회 일생에 두 번 있을 줄 아냐? 어서 이리왓!”
괴한들은 막된말로 으름장을 놓기 바쁘게 번쩍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박자 맞추어 그녀들의 눈에서 별빛이 번쩍거리도록, 왼쪽, 오른쪽 번갈아 제 싸대기를 후려갈겼다. 그녀들은 폭풍을 만난 추풍낙옆꼴이 되어 길바닥에 풀석 고꾸라지고 말았다.
괴한들은 어두컴컴한 길 웅덩이 속으로, 그녀들을 들어올려 쿵 소리나도록 집어던졌다. 뇌진탕이 아니면 그 나긋나긋한 허리들이 분질러지고도 남을 중상을 입었을 것 같았다. 숨결이 끊기는 듯 절박한 비명소리가 짧게 들렸다.
도마 위에 올려놓은 탐스런 고깃덩이가 요리솜씨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므로, 괴한들의 손놀림을 민첩해지기 마련이었다. 괴한들은 꽤 능숙한 솜씨로 눈 깜짝할 사이 아랫도리를 알몸으로 만들었다.
북망산 고개를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 그녀들은 괴한들이 자신들의 육체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때, 최정옥은 회심의 미소를 입가에 가득 흘리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고소하고 통쾌한 정복욕과 승리감을 만끽해 보기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 짜릿하고 황홀한 저 장면-복수극 이니 뭐니 해도 너희들 좋은 일 시켜준 꼴이 되고 말았으니….
최정옥은 뛰는 가슴을 안고 마귀할멈 같은 무서운 웃음을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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