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홍사덕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02 17: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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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 총무 두 사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들과의 인연은 벌써 십수년 전이다.

그들은 부정부패가 난무하던 당시에도 제도권내 정치인들 가운데서는 상당히 신선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다. 필자가 민중신문 편집위원장 재직 시절부터 두 사람을 눈여겨 본 까닭도 그런 세간의 평가 때문이었다.

어쩌면 두 사람은 필자보다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노 대통령과 홍 총무의 인간 관계는 지난 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통일민주당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민정당과 통합하자 이들은 김정길 전 의원, 이 철 전 의원 등과 함께 합류를 거부하고 이른바 ‘꼬마민주당’을 함께 운영하게 된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1995년 정계복귀를 선언,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노 대통령과 홍 총무는 함께 야권분열 반대 및 지역주의 극복 등을 내걸고 ‘국민통합추진위원회’(통추)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15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이미경 의원과 원혜영 부천시장, 김정길, 박석무, 이 철 전 의원 등과 함께 국민회의에 합류했고, 홍 총무는 ‘3김 타파’를 외치며 김홍신, 김부겸 의원, 홍기훈 전 의원, 고인이 된 제정구, 이수인 전 의원 등과 함께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부터 ‘노-홍’ 두 사람의 갈 길이 서로 달라지긴 했으나 상당 기간 어려움 속에서도 뜻을 함께 했던 동지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한나라당의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방침과 관련, “무엇이 해임건의 사유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가 국민을 위해 권능을 행사하는지, 정부를 흔들기 위해 `집단 편짜기’를 할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국회의 위신을 존중해 국무위원들이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홍 총무가 발끈 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의 국회상대 설득 지시에 대해 “야당의원에게 로비해 포섭하라는 지시로 의회정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어떤 형식이든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가.

물론 한 사람은 대통령, 또 한사람은 야당의 원내 총무가 되었으니 서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과 소신에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이니만큼 이번에도 원칙과 소신대로 행동했더라면 두 사람이 이처럼 정면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사실 김 장관 해임안 처리에 대해 ‘적절치 못하다’는 한나라당 안팎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분히 정치·전략적 카드 성격이 짙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따라서, 원칙과 소신대로라면 홍 총무가 한발 물러서는 것이 옳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옛 동지를 위해 그만한 일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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