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강남구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03 18: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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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을 모를 때 우리는 흔히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고 말한다.

厚(두터울 후) 顔(얼굴 안) 無(없을 무) 恥(부끄러워할 치).

즉 ‘두꺼운 얼굴에 부끄럼은 없다’는 뜻이다.

강남구는 최근 ‘왜곡 언론보도에 따른 강남구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시민일보(8월14일자)와 세계일보(8월19일자)·경향신문(8월19일자)의 보도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들 신문의 기사는 기사작성 형식상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강남구청장 부인 모씨가 891만원의 구비를 지원 받아 ‘민간인해외여행경비지급’의 목적에 맞지 않게 지난 1월18일부터 27일까지 미국여행을 다녀온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에는 서로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강남구는 구청장 부인의 미국방문은 공무(公務)에 의한 것으로 여비규정 제30조에 의거 정당하게 국외여비를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강남구의 명예와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사 제보자와 이들 언론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설사 강남구의 주장대로 그것이 합법적인 여비지급이었다고 해도 구청장 부인에게 주민의 혈세로 여비를 지급한 행위는 마땅히 부끄러워하고 ‘쉬쉬’해야할 일 아니겠는가.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장 9박10일씩이나 미국여행을 다녀왔으면서 ‘합법’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동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논쟁의 핵심은 구청장 부인이 정말 구 예산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왔느냐 하는 것이지 그것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것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장 부인이 지자체의 예산지원을 받아가면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례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규정상 구청장 부인이라는 신분때문에 단체장과 동일하게 구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거부하는 게 미덕(美德)이라고 생각한다. 합법이니까 당연히 ‘낼름’받아 써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그 좋은 사례가 서울시의회 이성구 의장이다.

이 의장은 “예산으로 해외여행을 하지 않겠다”며 해외여행경비를 서울시금고에 모두 반납한 일이 있다. 물론 부득이하게 공무해외여행을 한 경우에도 경비를 서울시금고에 반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회 의장과 구청장의 부인 중, 누가 더 공무(公務)에 가까운 업무를 보는 사람인가. 이 의장은 합법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반납했다.

아무리 합법이라고 해도 시민의 혈세를 해외여행경비로 ‘펑펑’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강남구는 이 의장에게 공직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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