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당바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06 1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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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수도권에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이 지난 4일 발족한 신당 주비위에 참여한 현역의원 3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 출신이라고 한다.

게다가 원외인사 35명 중 18명도 서울 경기 인천 출신이다. 현재 중도파로 분류되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수도권에 지역구를 원내외인사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이 신당호에 탑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김근태 의원을 중심으로한 재야출신의 중도파와 김덕규 의원 등은 신당호 승선이 예견되고 있다.

물론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밖 신당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는 통합연대 소속 의원들 5명도 모두 수도권 출신이다. 이쯤되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당호’ 승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이르게 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 수도권에 불고 있는 신당 바람은 마치 민한당 시절의 신민당 바람을 연상케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정당이 집권여당으로 있던 당시 민한당은 제1야당으로 그 세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신민당이 창당되면서 판세가 달라졌다. 미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민한당 간판으로 출마한 사람들은 ‘우수수’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오는 신당바람이 그 때의 신민당 바람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아마 그때 당시의 민한당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당시에도 민한당을 사수하려는 몸부림이 있었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은 애처롭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심은 새로운 정치를 원했고, 결국 신민당에 표를 몰아주는 것으로 구태 정치, 즉 민한당을 심판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민심은 결국 노무현을 선택했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노무현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민의 정치변화욕구는 신민당 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당내에서 ‘용퇴론’을 주장하며 갈등의 불씨를 당긴 것도 이런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용퇴론’을 들고 나오게 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거듭나지 못할 경우, 탈당 의원들이 속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이부영 김부겸 안영근 이우재 김영춘 의원의 탈당은 서곡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들도 신당호에 승선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 아닌가.

그런데 비교적 쉽게 신당호에 승선할 수 있는 구주류 사람들은 왜 민주당을 고집하는 것일까. 필자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한당 간판을 고집하던 후보들이 결국 신민당 후보에 의해 비참하게 패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그 때의 교훈을 벌써 잊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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