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다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08 19: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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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어제 신당연대의 박명광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냥 ‘추석을 잘 보내시라’며 간단히 인사를 건네는 정도의 전화였으나 예전 같지 않게 그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실려 있었다.

아마도 민주당이 사실상 분당국면에 접어들면서 신당추진세력과 민주당 잔류세력간 세결집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외곽 신당세력의 통합 논의도 본격화되는 등 범여권의 세력 재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 민주당은 겉잡을 수 없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의 신당창당주비위측은 중도파 의원 10여명이 곧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구주류측은 당내 중진 및 구주류 성향 중도파들과의 적극적인 연대 모색과 함께 주비위 합류 의원 지역구의 사고지구당 판정 및 조직책 공모 등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창당 주비위측은 추석직후인 오는 15일부터 일주일동안 16개 시·도지부와 주비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53개 원내 지구당에서 주비위 지역모임을 설립하고, 이어 내달 11일까지는 174개 원외지구당에서 창당주비위 지역모임을 결성한 뒤 28일께 10만당원 발기인 대회와 함께 선관위에 신당창당준비위 설립을 신고한다는 대략적인 일정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숨가쁜 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신당논의는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민주당내 리모델링론과 독자신당론이 맞붙어 논쟁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언젠가는 또 통합신당이니 개혁신당이니 하면서 논의 방향이 사뭇 달라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 통합연대 5인방이 탈당할 때에도 민주당의 이런 답답한 신당논의는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신당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단식농성중인 김근태 고문 등 신주류 성향의 중도파 의원 10명 가량이 주비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당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연대의 박 대표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민주 신당파와 한나라당을 탈당한 통합연대, 개혁당, 신당연대가 함께 하는 ‘신당 밑그림 그리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해 졌다. 이제 신당이 원내 제2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 제 세력간 소모적인 주도권 다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언젠가 필자는 통합연대의 모 의원과 통화를 한 일이 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가 소수임을 인정한다. 정당·정치개혁을 위해서라면 민주 신당파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필자는 그의 말을 믿는다. 한나라당이라는 보호막을 벗어나 스스로 광야에 나선 이들이니 만큼 기득권이나 지키려는 어리석은 행위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물론 신당연대나 신당파, 개혁당 등 신당논의 관계자 모두가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신당은 모두가 기득권을 벗어 던진 그야말로 신선한 정당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주도권 다툼 없는 참신한 신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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