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풍년, 흉년을 좌우하는 가을철에 접어든 가운데 317.7㏊ 농지에 지난 12일부터 태풍이 몰아쳐 농작물 수확기에 치명타를 안겼다.
농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하늘만 쳐다보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이면 한숨이 절로 나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심각한 농촌 현실은 농민뿐만 아니라 농사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질 만한 것이다.
농사를 잘 지어도 어려운데 풍작이 아닌 흉작이라면 가뜩이나 수입 농산물과 경쟁에 밀리는 우리 농산물이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우려감마저 든다.
지금 우리 농촌은 50대가 청년회의 주축이 된지 오래이며 백발의 노인들이 농사짓는 모습은 이젠 차라리 익숙한 모습이다.
부농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농촌에서는 1년 농사로 얻는 소득이 이듬해 뿌릴 씨앗 값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필자는 농산물 개방이나 세계무역기구 문제 등 농촌과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다.
어떠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도 없이 수입 농산물과의 무한 경쟁 속으로 농민들을 내모는 듯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의심스럽다.
또 국제사회의 압력을 수용하는 동안 농가 부채는 하루가 멀다하고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는 만큼 농촌 가계에 주름도 깊게 패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질이 중요한 것이지 어느 나라의 제품이냐는 상품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구입하기 편리한 수입 농산물을 사는 소비자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소비자들의 손에 우리농산물을 쥐어 주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농촌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기적이고 ‘의미있는’ 정책 마련은 물론, 품질 및 유통구조를 개선해 수입농산물과 당당히 경쟁 할 수 있는 우수한 농산물 생산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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