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정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4 17: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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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우리나라는 세계 제2위의 이혼국가다.

실제로 하루 평균 130쌍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의 사유 가운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49.3%로 단연 으뜸이다.

여기에는 신혼가정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예전 같으면 꿀처럼 달콤한 가정을 꾸려 나갈 시기인 결혼 3년 미만인 부부가 낸 이혼소송 비중은 98년 40.4%이던 것이 2000년 42.8%,2001년 46.6%에 이어 지난해 49.5%로 증가, 전체 이혼 소송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게다가 소위 ‘바람’이라고 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그동안 남성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왔으나 지금은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이혼소송을 당한 여성은 지난 2000년 4747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198명으로 무려 50% 가까이나 증가했다.

‘바람’은 이제 신혼가정은 물론이고, 가정을 지키고 있던 여성들을 향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곳곳에서 남녀의 불륜과 외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사회는 그야말로 바람난 사회다. 그 바람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지금의 정치권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신당 창당 주비위에 합류한 전국구 의원들에 대한 탈당 압박을 강화하면서 “탈당하면 의원직이 박탈되기 때문에 몸은 민주당에 두고 정치행위는 신당에서 하고 있는 전국구의원들의 행태야 말로 딴 살림을 차리면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은채 전(前)가정에서의 기득권까지 누리려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이날 당사 건물에 ‘이미경, 이재정, 허운나, 김기재, 박양수, 조배숙, 오영식 의원의 탈당을 촉구한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24일 신당파 전국구 의원의 탈당문제에 대해 “즉각 민주당을 탈당하라”며 민주당을 편들고 나섰다. 아마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김홍신 의원 문제로 인해 한나라당도 민주당과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뜻일 게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최근 김 의원에 대한 징계문제를 논의했으나 전국구 의원의 경우 스스로 탈당하지 않고 제명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하는 점 때문에 ‘8개월 당원권 정지’처분에 그친 바 있다.

가정을 흔히 세상의 천국에 비유한다. 그런데 이혼을 하자고 해도 이혼해 주지 않으면서 마음은 배우자보다 다른 이성에게 가 있다면 그 가정은 어떻게 될까. 법이 이혼을 시켜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그 가정은 천국은커녕,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탈당하라고 해도 안나가고 마음은 다른 정당을 향해 구애를 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는 당원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법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바람난 배우자들은 갈라서도록 만들어주면서도 정작 바람난 국회의원끼리는 한 울타리에 살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현 제도다. 따라서 전국구 의원 당적 문제에 대해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어쨌거나 바람난 사회에 정치마저 바람났으니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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