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부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5 17: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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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정국 4당체제 재편이후 첫 국회 표결인 윤성식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분당후 야당을 선언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해 윤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국정현안 브리핑을 갖고 “경쟁력이 있는 사회로 가고 정부 혁신과 공직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감사체계가 필요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해 마음먹고 추천했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때문일 것이다.

비록 노 대통령이 “(가결에) 딱히 불안감이 있어 왔다기보다는 윤성식 교수를 감사원장에 지명한 취지를 정확히 설명하는 게 국회의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금의 ‘지독한 여소야대’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

실제로 인사청문회 후 청문위원 13명중 9명은 윤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고, 특위 위원들 외에도 일부 의원 사이에선 ‘코드인사’, ‘경험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물론 일부 경륜이나 리더십이 부족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에 부적합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첫 고위공직 인사에 대한 국회 인준투표라는 점과 태풍 ‘매미’ 피해 및 경제불안, 이라크 파병 문제 등으로 복잡한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만큼은 국회가 노 대통령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게다가 ‘코드인사’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거부할 경우 최근 김두관 행자장관 해임건의에 이어 거대야당이 국정 발목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사실 적발·문책 위주 감사로 공직사회가 상당히 위축돼 있고, 복지부동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공직사회의 창의력을 높이고 적극·능동적인 행정자세를 확립할 수 있도록 감사기능을 평가·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정부 혁신과 평가에 대해 오래 연구한 경력이 있는 윤씨를 그 적임자로 판단하고 그를 선택했다. 따라서 일부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은 만큼 정당간의 감정 싸움으로 인해 감사원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는 전체 272석중 한나라당이 149석(강삼재 의원 포함), 민주당 63석, 통합신당 43석, 자민련 10석, 개혁당 2석, 기타 5석으로, 한나라당 의석만으로도 임명동의안 통과여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인준안의 의결정족수는 과반출석에 과반찬성으로, 137석만 확보하면 되는 까닭이다.

총대는 지금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대통령의 특별한 부탁도 있고 하니, 한나라당은 최소한 당론에 의한 표결보다 소신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틔어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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