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 논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06 1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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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민주당은 어제 책임총리제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물론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가 좋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내년 총선공약에 반영시키려고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민주당의 책임총리제 공론화 시도를 마냥 탓할 수만도 없다.

왜냐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책임총리제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 현 시점에서 민주당이 책임총리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한나라당 중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 논의와 맞물려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책임총리제와 내각제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방, 외교 등 외치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내정은 총리와 내각에 주자는 것이 요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말만 책임총리제일 뿐 사실상 내각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책임총리제는 국내정치 바탕과 국민적 정서에도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따라서 민주당이 현 시점에서 책임총리제를 논하는 것은 대통령 탈당직후 그에 따른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하다.

책임총리제라면 국회에서 총리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인지. 또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총리추천을 위해 서로 공조하겠다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너무나 아리송하다.

사실 우리 국민이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지 이제 반년을 조금 넘은 시점이다. 극심한 여소야대 현상으로 인해 뭐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세로 인해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갖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중진들이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민주당에서 ‘책임총리제에 대한 여론조사’방침을 밝히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분히 기득권 세력 야합에 의한 쿠데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순히 권력 나눠먹기 차원에서만 본다면 한나라당 중진들이 주장하는 내각제나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책임총리제나 사실 거기가 거기다.

노 대통령은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또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김두관 장관도 지방분권 실현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국회는 그런 김 장관에 대해 해임안 가결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해임시키고 말았다. 현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를 막으면서 제왕적 폐해 운운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노 대통령의 의지인 지방분권이 제대로만 실현된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지금은 내각제를 논의하거나 책임총리제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지방분권 실현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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