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과 아킬레스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23 19: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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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아킬레스건은 인체의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이다. 해부학적으로는 종골건이라고도 한다.

종아리에 있는 근육을 발뒤꿈치 뼈와 이어 우리가 발을 딛거나 뛸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하며, 달릴 때나 위로 높이 뛰어오를 때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아킬레스힘줄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인 아킬레우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으로,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와 인간인 펠레우스 왕의 아들이다.

테티스는 자신의 아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들을 죽지 않는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어릴 때 저승에 있는 스티크스 강물에 담갔다. 이때 아기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손가락 끝으로 발뒤꿈치를 잡았는데, 이 발뒤꿈치에는 강물이 닿지 않았다. 스티크스 강물 덕분에 아킬레우스는 살이 무쇠보다도 단단해져서 갑옷을 입지 않고 칼이나 화살을 맞아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바로 스티크스 강물에 닿지 않은 발뒤꿈치다.

결국 그의 약점은 트로이의 파리스에게 간파돼, 파리스가 쏜 독화살을 발뒤꿈치에 맞은 그는 끝내 죽고 말았다. 위대한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발뒤꿈치였던 탓에‘아킬레스건’이라는 말은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아킬레스건은 길이가 7∼8cm나 되고, 또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힘줄이다. 힘껏 잡아당겨도 견뎌낼 정도로 튼튼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힘줄도 끊어질 때가 있다.

지금 정치자금문제가 모든 정당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약점에서 자유로운 정당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대선자금을 비롯한 모든 정치자금에 대한 자진공개나 검찰수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이를 토대로 한 사면·처벌 및 관련 법제도와 정치문화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 당시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대선자금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여야의 대선자금 동시 공개와 제도개혁의 해법을 정치권에 제안했으나, 여야간 공방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11억원 수수 사건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100억원 수수 시인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은 모든 정치자금의 `고해성사와 특별사면, 제도개혁’을 거듭 주장하고 나섰고, 고집을 부리던 한나라당도 대선자금 공개를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선자금을 공개하더라도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각 정당이 모두 인식하고 있다.

슬쩍 넘어 가려든다면 이미 국민 역시 정치권의 그 아킬레스건을 알고 있다. 아무리 잡아 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고래등같은 힘줄도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점이 바로 지금인 것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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