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검찰 흔들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27 18: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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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오랜만에 검찰이 제법 잘하고 있다. SK 비자금 등 대선자금과 관련, 온갖 비리가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느닷없이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수사를 통해 지난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와 정당의 대선자금 전모가 빠짐없이 드러나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은 당락에 관계없이 사법적,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최 대표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특검수사를 통해서’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것일까.

지금 검찰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적어도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그렇지 않다. 특검을 도입하려면 검찰수사가 왜곡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권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검찰이 한나라당만 심하게 수사하고 노 대통령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땐 당연히 특검을 도입해야한다. 그러나 지금의 검찰은 결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하고 있다. 검찰에서 이처럼 공정하게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 특검 얘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검찰을 신뢰하고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수사를 방해하는 언동을 삼가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특검제 도입을 운운하는 것은 SK 100억원에 대해 다분히 물타기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필자의 생각대로 특검제 도입이 단지 검찰수사를 가로막아보려는 얕은꾀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한나라당은 국민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SK 비자금 등 대선자금은 원칙적으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한 영역도 아니고 검찰이 수사를 못하겠다고 밝힌 상황도 아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특별히 문제점이 제기된 것도 아닌데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성이 빈약하다. 특히 특검 때문에 SK 비자금 수사가 중단돼선 안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SK 비자금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선자금 전체에 대한 수사는 특검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그것도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국민 여론이 검찰을 못 믿는 쪽으로 흐를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검찰수사에 하자가 발견된 것도 없는데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치권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자기 입장에 비춰 언급하는 것은 자칫 ‘검찰 흔들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검증 방식으로 특검을 택할 것이냐, 검찰수사를 택할 것이냐 여부가 정치권의 입장과 관계없이 결국 여론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정치권내의 검은 돈의 관행을 뿌리뽑는다는 차원에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면 당연히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직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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