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과라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12 18: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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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검찰 사과 없는 한 출두 않겠다”

이는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이 박진 대변인의 입을 빌려 한 말이다. 그는 자신 있게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혀왔던 인물이다. 또 검찰의 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당사자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이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검찰에 출두하여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겠다”고 당당하게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검찰에서 무리없이 순리대로, 교과서 같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검찰 사과’ 운운하면서 출두하지 못하겠다니 이게 무슨 까닭인가. 도대체 그동안 그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인가.

그는 검찰 출두 취소 이유를 “형평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불과 보름 전에 검찰 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그의 모습이 아니다. 사실 검찰 표적 수사를 운운하기 이전에 정말 결백하다면 검찰에 나가 결백을 증명하면 되는 일이다.

이날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은 검찰수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섰다. 그것도 혼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김홍섭 전 민주당 재정국장과 이화영 전 민주당 총무국장 등 당시 실무자들까지 대동하고 간 것이다. 이상수 의원은 이날까지 벌써 검찰에 세 번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는 기꺼이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같은 시각,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던 그가 “검찰 사과 없는 한 출두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도 않거니와 명분도 없다.

필자는 그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검찰이 한나라당도 SK 외의 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있기 때문에 그에 짜맞출 시간을 벌기 위해 검찰수사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특검실시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은 아닌가. 그도 아니라면 굳이 ‘오늘은 나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한나라당이 무슨 사실을 숨기거나 비켜갈 생각이 아니라면 대선 비자금과 관련, 밝힐 수 있는 의혹은 모두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김 의원이 지금처럼 모처에 숨어 검찰 수사를 피하면서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다면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주겠는가.

더구나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은 몇 차례 검찰조사에 응하다가 현재는 재출두를 거부하고 있는가하면 공호식 전 재정국 부국장과 봉종근 전 재정국 부장등 실무자들마저 검찰조사를 거부한 채 아예 잠적해 버린 상태다. 물론 검찰은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필자는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의심스럽다.

지금 말을 안 해 그렇지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 대다수의 생각도 필자와 같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자꾸 검찰 수사를 피하면 피할수록 국민의 의심은 점점 더 증폭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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