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게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29 19: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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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제로섬(zero sum)은 ‘합계가 0’ 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스포츠나 도박 같은 게임에서 적용되는 원리로, 승자와 패자의 득실을 합치면 0이 된다는 것이다. 즉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잃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서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다.

지금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마치 ‘제로섬게임’같아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국가균형 발전은 수도권 규제로 비수도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투자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지방에 환원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더욱 바람직하다.

효율성을 고려할 때 세계도시의 역량을 갖춘 수도권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역정책은 주로 수도권 규제에만 치중해 왔다. 수도권을 규제하면, 비수도권 지역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로섬게임’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수도권 집중의 해결을 기업과 대학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부터 찾으려 하지만 실제 이들의 지방이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방에서 스스로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도록 지방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 재원은 수도권의 국가경쟁력을 키워, 그 이익을 환수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수도권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즉 돈을 버는 수도권이 있으면 돈을 잃는 비수도권이 있다는 ‘제로섬게임’원리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적용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수도권이 돈을 벌고, 그 돈을 비수도권 지역에 투자해 지방의 자생력을 키울 수 만 있다면, 마땅히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재테크는 도박이 아니다.

재테크는 원금에 대한 안전이 보장된 다음에 수익을 기대한다. 자칫하면 이익은커녕 손실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박은 커다란 위험에도 불구, 고수익을 노리며 서슴지 않고 ‘제로섬게임’에 뛰어든다.

그렇다면 정책을 어떻게 전개하는 것이 옳은가. 재테크처럼 할 것인가, 아니면 도박처럼 할 것인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재테크에서는 ‘제로섬게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있는 국가정책에 ‘제로섬게임원리’를 적용, 도박화한다면 누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선뜻 동의할 수 있겠는가. 재테크가 도박이 아닌 것처럼 국가정책은 결코 도박이 되어서는 안된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지방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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