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心으로 돌아가시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06 18: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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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 때 필자는 내년 4.15 국회의원 선거 출마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한 일이 있다. 일산 등 몇몇 지역구 탐색에 나서는가 하면 모 정당의 대표와 핵심간부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논의한 일까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출마했다면 분명히 초심(初心)을 잃어버렸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 분당을 불사하면서까지 개혁정치를 표방하던 열린우리당에 5·6공 출신 인사들의 영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과거 세풍 사건 연루자나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인물을 잇달아 입당시켜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당이 지난 2일 발표한 2차 영입인사 54명 중 김호복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세풍 사건과 관련,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공모해 두진공영으로부터 대선자금 4000만원을 불법 모금해 준 혐의를 받은 바 있는 사람이다.

또 함덕선 한국군사문화연구원장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하나회 소속 정치군인 출신이다.

물론 함씨는 “20사단은 광주에서 특전사와 시민군이 싸움을 하고 난 뒤 내려가서 정리했던 부대”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정치군인인 것은 사실 아닌가.

이처럼 새인물을 영입하기는커녕 구태인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우리당의 개혁인사 영입방침이라면 필자는 참으로 실망이다.

여론조사에 대해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겠으나 지금 우리당의 지지도는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부에서부터 “다른 당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거나 “왜 분당했는지를 되집자”는 등 자성론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유시민 의원은 이들 5·6공 인사들의 영입을 수용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너무나 충격적이다.

그는 민주당의 구주류 의원들이 반개혁적 이라며 분당을 재촉했던 사람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큰 강물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 저기 물이 흘러 들어오는데 거기에는 썩은 물도 들어오고 흙탕물도 들어와서 결국은 큰강을 이룬다”며 이들 구시대 인물 영입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혼란스럽다. 만에 하나라도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이 우리당의 주장처럼 못났다고 치자. 그러나 아무리 못난들 설마 5·6공 인사들보다도 못하다는 것인지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파 이익에 따라 오늘은 이런 말, 내일은 또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필자는 믿었던 유의원의 도덕적 추락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그래서 한마디만큼은 꼭 그에게 남기고 싶다.

유의원, 부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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