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16 1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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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외부영입 및 입당인사들 중 일부가 비리경력이 있다.”

이는 어제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외부영입 및 입당인사들 면면을 보고 발표한 논평의 핵심이다. 우리당은 아예 노골적으로 “민주당은 비리인사 입문 창구냐”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독자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서 어디선가 많이 듣던 소리라고 느낄 것이다.

이 소리는 바로 얼마 전 우리당이 외부영입인사 및 입당인사 발표를 할 때에 민주당이 했던 소리와 닮은꼴이다.

우리당은 지난 2일 2차 영입인사 54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제대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개혁을 열망하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5~6공 출신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하는가하면, 정치군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중앙당 영입인사로 발표된 인물 가운데는 이회창씨의 측근그룹으로 세풍과도 관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마저 있었다. 우리당이 비록 지난 10일 그의 영입을 사실상 철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공사발주를 이유로 건설업체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돼 지역정가에서 `비판도마위’에 올랐던 인물도 영입자 명단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니 민주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우리당으로부터 똑 같은 비난을 받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민주당이 영입인사로 발표한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가 누구인가. 그는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몰카 확산에 기여한 인물이다.

또 김진관 전 제주지검장은 부천 범박동 재개발 비리 사건으로 법원에서 700만원을 선고받은 인물이 아닌가. 도대체 이런 인물들을 영입인사로 발표하면서 국민의 표를 어떻게 얻겠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필자는 한때 한솥밭을 먹었던 민주당과 우리당이 서로 좋은 외부인사들을 영입해 선의의 경쟁을 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5공인물도 관계없고 비리인사도 관계없다는 식의 마구잡이 영입경쟁을 벌이는 양당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당은 진정 그런 인사들과 함께 정치개혁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작 그런 인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분당을 불사했다는 말인가.

물론 민주당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고작 그런 인사들과 함께 하기 위해 민주당의 정통을 고집했다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경쟁심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해도 국민이 이를 용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민주당과 우리당은 이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가뜩이나 한나라당의 ‘차떼기’ 수법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불신이 심화되고있는 마당에 민주당과 우리당마저 닮은꼴이라면 우리나라 정치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닮을 걸 닮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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