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일 10여보를 후퇴한 병사가 100보 도망친 병사에게 같은 소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비웃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10보 후퇴한 병사는 100보 물러선 병사를 꾸짖을 수 있으나 만일 50보나 물러섰다면 100보 물러선 병사를 야단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의 불법대선자금 사건을 바라보면서 그들간의 차이가 적어도 ‘50보 100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이 설마하니 마피아수법을 뺨치는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 규모나 행태와 견줄만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행여 필자의 이런 믿음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지금 너무나 혼란스럽다.
실제로 필자는 노 대통령이 `10분의 1 정계은퇴’ 발언을 할 때까지만 해도 비록 방법은 옳지 않았을지 모르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마음은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도적질하고 싶으나 능력이 없어 못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스스로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대선자금 총규모가 400억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범죄사실을 시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사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이는 역대 어느 대통령선거보다 대선자금이 적게 쓰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 규모가 500여억원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10분의 1 정계은퇴’발언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바로 대선자금 총규모가 400억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총규모가 400억원이라면 선관위 신고액 274억원에 81억원 가량의 정당활동비를 제외한 나머지 45억원정도가 불법자금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미리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규모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 볼 때에 한나라당 불법자금 규모 500억원의 10분의 1인 50억원과 노 대통령 스스로 시인한 불법자금 규모 45억원과는 별 차이가 없기에 하는 말이다.
사전에 알고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거의 맞아떨어질 수 있겠는가. 만일 사전에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규모를 알고 ‘10분의 1’발언을 했다면, 이는 몰염치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필자는 한나라당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했다. 그런데 믿었던 노 대통령마저 우리의 믿음을 저버린다면 우리나라 정치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정말 ‘50보 100보’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부천시, 매력적인 도시공간 조성 박차](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51117/p1160308292200179_732_h2.jpg)
![[로컬거버넌스] 전남 영암군,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사업 추진](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51117/p1160278744105355_303_h2.jpg)
![[로컬거버넌스] 인천시 계양구, 노인복지도시 정책 속속 결실](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51113/p1160278567286598_304_h2.jpg)
![[로컬거버넌스] 부산시, 전국체육대회·장애인체육대회 폐막](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51112/p1160278846346218_476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