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께 告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23 18: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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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그동안 우리나라는 망국적 지역주의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 사이에 치유할 수 없는 갈등이 존재해 왔다.

사실 이 지역감정은 지역주의를 득표전략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욕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결코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산물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역감정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것은 결국 우리국민이고 정치인들은 오히려 이를 통해 득(得)을 보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데 필자는 민주당의 분당과정을 지켜보면서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끝장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하에 은근히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영남당, 민주당은 호남당, 자민련은 충청당 하는 식의 ‘지역 싹쓸이’ 패권정당이 존재하는 한 지역주의 망령은 결코 사라질 수 없을 것이고, 우리당만이 이런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란 순진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당, 특히 정동영 의원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토록 믿었던 정 의원마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마당에 이제 우리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정 의원은 지난 22일 전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열리우리당 전북도지부 결성대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신당은 김원기 공동의장을 비롯, 전북 출신 의원 6명이 만든 사실상 ‘전북의 당’”이라고 강조하고 “내년 총선에서 우리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도록 전북도민이 자부심을 갖고 밀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말대로 우리당이 ‘전북당’이라면 굳이 수도권 지역에서 우리당을 지지할 이유가 무엇인가.

영남과 충청권, 강원권에서도 우리당을 지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당은 호남하고도 절반인 전북만 차지하는 초라한 지역정당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당이 그런 지역정당이라면 굳이 분당을 불사할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전북인들끼리 ‘똘똘‘뭉치자는 주장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일뿐만 아니라 그런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이야말로 사실은 지역을 배신하는 사람임을 정 의원은 정녕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물론 정의원의 말처럼 우리당이 ‘전북당’임을 강조하면 전북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다시 당선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겨우 지역주의나 부추겨서 얻는 금배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우리당은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 논평을 통해 “노 정부와 우리당은 소수정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의 거대한 변화욕구를 담아내기 위해 고통스런 한 해를 보냈다”고 밝혔다.
만일 이런 논평이 진실이라면, 또 온 국민이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개혁, 국민통합의 대의명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면, 정 의원은 이번 지역주의 조장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함이 마땅하다.

이제는 갈등의 주역인 영-호남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지역주의의 혈로(血路)를 뚫어야할 때다.

그 한 가운데 정 의원 당신이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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