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2-24 19: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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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언젠가 우리 시민일보 여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 조그마한 ‘호루라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길이는 2㎝ 정도에 불과 하지만 소리는 일반 호루라기 못지 않게 제법 컸다.

그 ‘호루라기’는 모양도 앙증맞은 것이 여간 예쁘지 않았다.

이 ‘호루라기’를 만든 사람은 바로 민주당 박금자 의원이다.

사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직함보다 ‘호루라기’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여성이다.

그는 성폭력 예방을 위해 몇 년 전부터 학부모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호루라기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고 한다.

그가 이런 캠페인을 전개하게된 사연은 대략 이렇다.

몇 해전 봄날. 10세난 어린아이가 학교 등교 길에 성인 남자 두 명에 의해 산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뒤 4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로 이송됐다.

물론 가까스로 아이의 생명은 건졌으나 박의원은 그 아이가 두고두고 받을 마음의 상처는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후 박 의원은 ‘내 몸을 내가 지키자’는 뜻에서 곧바로 ‘호루라기 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박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안전에 위협이 있거나 수상한 사람이 쫓아올 때 호루라기를 불어보세요. 분명 혼자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루라기는 위기순간을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호루라기’를 불고 싶은 심정이다.

만일 박의원의 말대로 위기순간을 탈출하는 데 도움만 된다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호루라기’를 불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권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고작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이고 보면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정치개혁이 정치개악으로 변질되는 주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10월말 기준으로 지역구 인구가 11만명이 안되는 의원들이 지역구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선거구 인구 하한선 10만명 미만을 중심으로 놓고 선거구 협상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10월 현재 인구 11만명 이하 지역구 22곳과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이 자신의 지역구 지키기에 나서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전자에 말한 성폭력범이 같은 범죄를 무려 10여차례나 저질렀듯이, 이들 정치인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이와 유사한 범죄행위가 되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만일 국회의원들이 정해진 룰을 위반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할 경우, 국민들이 ‘호루라기’를 ‘휘익-’하고 불어댄다면 어떻게 될까.

성폭력 범죄자들은 ‘호루라기’소리에 놀라 도망이라도 치겠지만 정치개악 범죄자들은 워낙 낯두꺼운 사람들이다 보니 어쩌면 눈 하나도 끔쩍하지 않을 수 있다.

박 의원님, 그렇다면 이제 국회의원도 되셨고 하셨으니 활동 반경을 좀더 넓혀 이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호루라기 캠페인’을 벌여보심이 어떨지요.

물론 그 자리에 필자도 기꺼이 동참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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