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의원의 불출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1-06 2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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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이제 우리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어제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이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남긴 말이다.

오세훈 의원, 그가 누구인가.

변호사 출신인 그는 한나라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의 현역의원으로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서도 ‘당선 유력’인 B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재선이 확실시되던 의원이다.

게다가 그는 ‘60대 용퇴론’을 선창하며 지구당 위원장 사퇴, 후원회 해체 주장 등 정치권 누구보다 개혁적 실천을 해온 대표적 개혁파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터였다.

그런 그가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는 어제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서로 ‘네탓’만 하는 작금의 한나라당 분란을 해소하고 ‘내탓이오’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결단임을 밝히면서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대로 이제 실행하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정치생활을 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힘겨운 갈등에 가슴아파했던 사람이다.

이점에 대해 그는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개혁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참여한 제게 참으로 견디기 힘든 자기모순이었으며 커다란 고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치개혁의 실현을 목표로 삼았던 시대에 오히려 ‘개혁의 상실’을 경험했으며, 그 현실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왜 이토록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수많은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는데.

실제로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권을 떠나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해묵은 색깔론을 들먹이며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득표활동을 하려드는 사람들 등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하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던 그가 정치권을 떠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의 말처럼 국회만이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장소가 아니며, 어디에서든 정치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으니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 희망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오 의원, 모쪼록 우리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십시오.

그러나 ‘우리 정치권에 고여있는 썩은 물을 새롭고 맑은 물로 갈아버리자’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부패정치권을 감시·감독, 채찍질하는 역할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 의원의 말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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