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태풍’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1-10 17: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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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비리 의원 전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는 ‘물갈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정치권 정화를 위한 단초가 될 것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은 고령 중진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을 촉발시켰으며, 각 당의 부정·비리의원 공천배제 방침 선언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군 카지노에서의 상습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열린우리당의 송영진 의원도 결국 지난 10일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각종 비리혐의로 구속됐거나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한나라당의 김영일 박주천 박명환 최돈웅 박재욱 의원도 사실상 총선출마가 어려워 졌다.

또 민주당의 박주선, 이훈평 의원은 `옥중출마’를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상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들 비리의원에 대한 법적, 도덕적 심판에 의한 물갈이는 단순히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부패정치에 대한 청산작업과 정치권 정화 노력이 각 정당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각 정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갈이’는 정치개혁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될만 하다.

특히 이들 비리의혹 의원들 지역구엔 일찍부터 예비후보들이 `깨끗한 정치’를 내걸고 도전장을 줄을 이어 내밀고 있어 당내 경쟁만도 10대1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각 정당에서 불고 있는 ‘물갈이’ 바람은 이제 ‘바람’ 정도가 아니라 태풍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검찰의 5대 그룹 이외 기업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대선자금 출구조사’, 대우건설 등 기업체 불법비자금 수사 등이 본격화될 경우 비리 연루 의원들이 추가로 속속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여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물갈이’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 바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야말로 태풍 중에 태풍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물갈이 폭은 당초 예상했던 영남권 50%, 전국 30%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주변에서 나돌고 있을 정도다.

물론 민주당도 한나라당발(發) ‘물갈이 도미노’ 영향권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수도권 출신및 소장 의원들이 주장하는 `호남 물갈이론’이 아직은 산들바람처럼 조용히 불고 있으나 태풍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실제로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경선을 통한 물갈이를 내걸고 `물갈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당대회 이후 반짝 반등했던 당 지지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도 지난 9일 구속된 정대철 의원을 비롯해 군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천용택 의원 등에 대한 징계문제를 공론화하고 있어 이들의 공천배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물갈이 물꼬는 터졌다.

비리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 및 구태 정치인에 대한 물갈이 여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히 누가 ‘물갈이 태풍’을 막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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