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한나라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04 19:15:1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청문회 개최를 위한 ‘한·민 공조’ 움직임이 급기야 ‘한·민 통합’으로 그 모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내 소장파 일각에서 `총선 후 보수대연합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이른바 `한·민 통합론’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중진언론인을 초청한 가운데 가진 토론회에서 남경필 의원은 “총선후 민주당과 통합을 이뤄 보수대연합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양당의 통합은 부패나 수구연합이 아니라 개혁보수의 대연합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선 후 변화된 한나라당과 양심세력, 변화된 민주당의 통합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많이 해봤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것이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을 그냥 해프닝으로 취급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우선 불법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 관련 비리의혹에 대한 청문회개최를 양당이 합의하는 등 노골적으로 한·민공조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한나라당 대선자금 문제를 포함한 청문회를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양당간 청문회 개최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이다.

더구나 민주당내에서도 내심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원하는 세력이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남 의원의 ‘한·민통합설’이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새천년 한나라당’이란 ‘새천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합성어로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용어다. 즉 한·민통합설이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말이다.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차떼기’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한이 있더라도 청문회를 개최하기만 한다면, 대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3당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는 마당에 어디 물불을 가릴 처지인가.

그러나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한·민공조 청문회는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편파수사 주장의 정당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차떼기’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90명이 넘는 증인을 불러다놓고 3일 동안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은 곧 진실규명보다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양당은 이처럼 실패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민공조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합당을 위한 전주곡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당이 공조를 하든 말든, 깨어지든 말든 단순히 정당 내부의 문제라면 필자가 관여할 바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 3류이면 그것을 방조한 국민들도 3류로 전락하기 때문에 이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