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기권하지 말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05 20: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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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여야 각 정당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말 뿐이다.

열린우리당의 이미경 상임중앙위원과 김희선 의원을 비롯한 신임 여성 중앙위원 18명은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향식 공천의 단점을 극복하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여성의 지역구 도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부터 전국을 26개 권역으로 나눈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인 정당은 없다.

말로는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재희, 민주당 김경천 의원 등 여성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들도 최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 및 홀수번 배정, 여성전용선거구 또는 양성평등선거구 신설 도입 등을 각 당에 요구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각 정당의 반응은 한마디로 ‘꿀 먹은 벙어리’였다.

여성단체들도 내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신 여성 의원을 확대하기 위해선 `여성친화적인 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원홍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국회의 왜곡된 대표성을 회복하기 위해 여성의 국회 진출이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양성평등선거구제’ 혹은 `여성전용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비관할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각 당이, 비록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 여론에 떠밀려 불가피하게 했다고는 하나 비례대표에 여성을 50% 할당하겠다고 공약했으니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각 당은 싫든 좋든 비례대표 의원의 절반을 실제로 여성에게 할당할 것이고, 이는 곧 우리나라 의정사상 가장 많은 여성국회의원의 탄생을 예고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땅 위의 절반이 여성’인 것에 비하면 그도 턱없는 숫자다.

사실 현재 국회에 진출해 있는 여성정치인의 숫자를 가지고 판단해 보면, 한국의 여성정치 대의지수는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UNDP 2000년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권한지수는 70개국 중 최하위 그룹인 63위에 링크되어 있다.

언제까지 이처럼 여성의 권익을 방치할 것인가. 그 해답은 바로 여성 자신에게 달려 있다.

여성들의 정치 무관심이 결국 자신들의 권한지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성전용선거구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려면, 이 땅 위의 딸들에게 어머니의 아픈 전철을 물려줄 의사가 아니라면, 여성은 반드시 4.15 투표장에 나가야 할 것이다.

goh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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