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국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10 19: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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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국가중대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지금의 국회는 한마디로 ‘직무유기 국회’이다.

그러나 저들의 잇속이 달려있는 문제는 일사천리로 진행시키는 말 그대로 ‘후안무치 국회’이다.

실제로 16대 국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임시국회에서 최대 현안으로 다뤄져온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가 또 다시 미뤄지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이라크 파병 동의안은 아예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에 대한 경선자금 수사촉구 결의안과 한화 등으로부터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국가 중대사는 마냥 뒷전으로 제쳐놓은 채 이처럼 ‘제 식구 감싸기’와 정쟁에 매달리고 있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국민이 하라는 것은 안하고 하지 말라는 것만 하는 청개구리 국회”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심지어 “떼도둑이 검찰 신문도 모자라 파렴치한 두목구하기에 나선 것에 대해 국민은 총선에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리는 마당이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결국 이런 비난여론에 밀려 “어제(9일) 국회는 참으로 면목없는 하루였다”면서 “국민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굴복을 선언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이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정당은 없다.

특히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국회의 현수준을 나타내는 것으로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석방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도덕적 불감증 때문이며 국회가 자정능력을 결핍했고 제 식구 감싸기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한나라당의 잘못에 민주당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듯한 말투다.

정말 그러한가. 아니다. 석방안 가결에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가세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따라서 석방결의안을 주도한 한나라당의 책임은 물론, 민주당도 이에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추가파병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등 집권세력의 혼선으로 파병안의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는 사실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당정조율을 운운하며 본회의 상정을 무산시킨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집권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열린우리당도 이에 대해 응분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가신임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FTA와 파병안 처리가 세번째 시도에서 마저 무산됐으니, 세계가 우리 국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는 뻔한 일 아니겠는가.

더구나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절차상의 문제, 즉 투표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표결이 무산됐다고 하니 어찌 한심하다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우화속의 청개구리가 비만 오면 서글피 우는 까닭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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