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선거구제 반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16 1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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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필자는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의 필요성을 수차에 걸쳐 주장해왔다.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나라의 여성은 특히 정치영역에서 차별과 소외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땅의 절반이 여성유권자인데 비해 한국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5.9%에 불과하고, 이 같은 비율은 전 세계 182개 국가 중 104위로 여간 부끄러운 기록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진출 확대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확대를 위해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주요 정당이 모두 전용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어서 17대 총선에서 여성후보만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선거구가 설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당초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새로 분구되는 지역구에 대해 정치적 합의를 통해 여성후보만을 출마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지난 13일 당 운영위에서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제일 먼저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도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성정치인 진출을 위한 제도라는 순수한 취지와는 달리 아무래도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우선 전용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석이 늘어나게 되며, 그만큼 비례 대표 의석은 줄어든다.

지역구 의석을 늘린다는 것은 사실상 현역 의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각 정당은 편법으로 의원정수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비례 대표 의석이 준다는 것은 민노당과 사민당 등 진보정당의 의석을 그만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보수 3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보정당의 여의도 입성을 가로막는 음모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또 이는 사실상 1인 3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할 것인지 3당은 생각이나 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유권자들은 1인 2표 방식도 혼란스럽다고 하는 마당이다.

실제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이 1인 2표제 실시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1인 3표제라니 도대체 어떻게 투표를 하라는 말인가.

더구나 일부에서는 여성전용선거구제의 위헌소지마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여성 정치진출이라는 순수한 의도 때문이라면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보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비례 대표를 확대하는 한편 여성의 50% 할당을 법제화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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