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당카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19 19: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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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 최병렬 대표의 거취 등 당 내분사태를 놓고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 간에 ‘지역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최 대표의 완전한 퇴진을 요구하는 반면,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은 `조기 선대위 발족을 통한 최 대표의 2선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들이 이처럼 치열하게 싸우는 이면에는 선거에 대한 손익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최 대표의 완전 퇴진을 반대하는 영남권 의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이들은 선거가 50여일밖에 남지 않아 임시 전대 개최가 물리적으로 어렵고 당권경쟁이 치열해 질 경우 오히려 국민들에게 부정적 인상만 주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영남지역 표심’에 대한 눈치보기일 뿐이다.

비록 이번 사태로 최 대표가 적잖은 상처를 입었지만 비영남권 출신의 새 대표보다는 현 최 대표 체제가 자신들의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이들의 생각처럼 최 대표가 PK 출신이고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영남지역 유권자들에게 `정서적 접근’이 용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 대표가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그의 퇴진을 막고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이재오 맹형규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 ‘반최’ 전면에 나선 수도권 의원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들은 새로운 한나라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영남당’이라는 지역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들은 최 대표 퇴진을 계기로 `영남당’ 이미지가 한번에 불식될 것이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남경필 의원 등은 ‘수도권신당’을 무기로 내세우며 최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신당이 과연 옳은 카드인가.

수도권 의원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의 쿠데타(?)에는 고민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회창 진영의 치밀한 준비를 통한 최병렬의 낙마’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발적(?)인 사건일 뿐이다. 실제로 전날 최대표가 소위 ‘昌과의 절연’을 선언한 데 대한 일부의원들의 반발에서 쿠데타가 진행됐을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신당 카드도 깊은 고민 없이 급작스럽게 튀어 나온 발상에 불과하다.

단 하루 만에 나온 수도권신당, 아무 고민 없이 탄생시키는 신당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도권신당은 궁여지책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병렬 낙마’나 ‘수도권신당’은 좋은 카드가 아니다. 정말 좋은 카드, 한나라당이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사실 ‘정당개혁’이다.

정당개혁 없는 처방은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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